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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1.21 14:18:17
  • 최종수정2025.01.21 14:18:17

홍성란

수필가

이사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무심히 옆 벽면을 보다가 쪽지 같은 종이 그림이 눈에 띄었다. 전 주인이 전기 스위치 함을 가리려고 뚜껑 위에 그림을 붙여놓은 거였다. 낯설지 않다. 그림 아래를 보니 짐작대로 앙리 마티스(1869~1954)가 원작자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가짜고 종이에 축소, 복사해서 붙인 조악하기가 그지없는 쪽지다. 그럼에도 '푸른 누드'의 강렬한 파란 색채 때문에 눈을 떼지 못했다.

사람들은 마티스를 색채의 마술사 또는 야수파의 창시자라고 부른다.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그의 그림은 사람을 꿈틀거리게 하는 것 같다. 그건 강렬한 색채에서 뭔가 가라앉는 게 아닌 살아있음이다. 이런 느낌은 나만 느낀 게 아닌가 보다. 그를 질투하고 부러워했던 피카소(1881~1973)의 말에서도 증명이 되는 것 같다. "밑그림이 초보 수준이야 그런데 말이야… 너무나도 훌륭해! 생명력이 넘쳐 게다가 재능이 아니라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잖아. 이들은 모든 것에 대해 더 깊은 진실을 보여주고 있는 거라고, 정말로 모든 규칙을 뒤틀어 버렸지."

앙리 마티스의 원작을 처음으로 만난 건 6년 전 세종문화 회관에서 열린 '야수파 걸작전'이었다. 전시 벽엔 야수파가 프랑스어로 사나운 야수라는 뜻으로 색채를 야수처럼 파워플하게 쓴다는 설명이다. 같은 파인, 앙드레 드랭, 모리스, 블라멩코등의 작품이 걸려 있었지만 한 번이라도 이름을 들은 건 마티스 한 사람뿐이었다. 그의 대표작인 '붉은 화실'에서 느끼는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지만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붉은 화실만큼이나 마음을 사로 잡은 작품은 종이를 오려 붙인 마티스의 '폴리네시아 하늘'이라는 작품이었다.

그날 보았던 '폴리네시아 하늘'이 떠 오른다. 새와 물고기 해초들이 넘실거린다. 자유라는 단어가 떠 오른다. 바다와 하늘이 공존하는 듯하다. 옅은 하늘색과 흰색으로 단순하지만 조화롭다. 네모로 구획된 칸들이 구획이라기 보다는 서로 섞인 느낌이다. 단순한 그림 같지만 단순하지 않았던 느낌의 이유가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마티스는 수백 마리 새를 키우며 쉼 없이 관찰했단다. 작품도 엄청 크다. 큰 만큼 새의 율동미가 실감 난다.

여기서 나는 그가 붓으로 그리지 않고 왜 종이를 오려 붙였을까 가장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1941년 죽음 직전 병마로 붓을 들 수 없었단다. 대신 영감이 솟는 순간마다 가위와 색종이를 잡았다고 한다. 평생 잡았던 붓을 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종이를 오리면서 그가 생의 마지막에서 추구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죽음의 연장? 색의 자유였을까. 나는 '폴리네시아의 하늘'에서 수많은 새의 율동과 하늘의 어울림을 보며 어렴풋 그가 예술가로서 마지막으로 기쁨을 창출했던 게 '영혼의 자유'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보았다.

마티스의 그림엔 규칙이나 자연색을 무시하고 작가의 주관적 감정에 따라 마음대로 그린 자유로움이 있다. 그렇다고 마구 그린 게 아닌 그림에 철학과 통찰이 있다고 평을 받는다. 세기의 화가 피카소가 경쟁자로 부러워했던 마티스. 종이 그림에서 그의 마지막을 그려본다. 작가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내는 일은 작품을 만들 때다. 작가뿐 아니라 누구나 다 그렇다. 어쩌면 인간은 무언가 짓는 일을 할 때 사는 기쁨 또는 희열을 느낄 게다. 그게 질이 높고 낮음은 상관 없을 테다.

마티스의 작품에서 한 가지 배운다. 솔직히 전문적인 미술 측면보다는 우리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걸 실천하자는 얘기다. 그게 죽는 날까지 희열을 지어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이유다. 희열은 혼이 주체다. 비록 육체가 불편해도 무언가 짓는다면 혼은 자유로운 것. 그러기 위해선 힘들 때라도 수동적인 인간이 되지 말고 무엇이라도 '짓자'는 명재를 마티스가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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