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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설에서 인간 세상에 온 천사 미카엘을 통해 사람에게 있는 세 가지 특성을 밝혔다. 첫 번째가 아무리 비루한 사람이라도 마음속엔 사랑이 담겨 있다는 것, 다음으로 사람은 바로 눈앞에 벌어질 일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다. 과연 사람은 사랑으로 살까.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사는 아파트 현관 입구에는 양 옆으로 긴 화단이 있다. 그리고 계단 바로 옆에는 기껏해야 손바닥만 한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매년 한해살이 꽃들이 핀다.

처음엔 어쩌다 씨가 날아오나 했지만 해마다 다른 꽃이 피어나니 저절로는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어느덧 10년 아직도 고운 마음의 주인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마음 덕분에 마음의 뿌리가 자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더구나 올해는 아주 오랜 만에 족두리 꽃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반가웠던가. 폭염 속에서도 그녀와의 만남은 나날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늘 아침,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꺾여 있었다. 저만치 만개한 화관이 꺾여 내동댕이쳐 꽃잎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게다가 삐죽이 나와 있던 가느다란 꽃술이 몽땅 뽑혔고 담배꽁초도 보인다. 백번 양보해도 실수로 보기 어렵다. 어이가 없었다. 맥이 빠지면서 허망함과 안타까움이 오간다.

'짓'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단의 근원에는 그래도 꽃에 관심이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라 이해하련다. 때문에 자연스레 꽃에게 몸과 마음이 갔을 것이고 잠시라도 '예쁘다', '모양이 특이 하네' 라고 생각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마음이 그로 하여금 한 생명을 내리치게 했을까. 알 수 없는 분노가 뻗쳐 꽃에게 화풀이를 한 것일까. 급격한 문명사회로의 과정에서 파생된 그림자였던 걸까.

날마다 세상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살아간다. 세상 이야기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인간을 둘러 싼 삶과 죽음의 이야기일 것이다.

어찌 보면 살고 죽는 과정인데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참으로 많은 '짓'을 하며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짓'은 삶의 가치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에 가치를 두었느냐 아니면 물질적 가치에 무게를 두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생각과 인식이 밖으로 나타나는 게 '짓'일 것이다. 대개 '짓'은 공동 선(善)에서 일탈할 때 드러난다. 왜냐면 그 일탈이 거의 이기적이기 때문에 타인에 피해가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부류 또는 그 이상의 '짓'들이 수두룩하다. 왜일까. 국민 대부분이 유교문화에 익숙하고 기독교 불교 등 신자들이 많지만 각각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어서이리라.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은 살아있을 만 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아니 사람이 무엇으로 살기에 살만하다고 하는가. 그것은 톨스토이의 사랑과 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톨스토이가 말했던 사랑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고 공동체에 대한 협력적 태도였다. 공자의 천하위공(天下爲公) 역시 세상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생명의 존중에 가치를 두는 세상을 말함일 텐데 그 근원이 사랑일 테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천하위공이든 공동선이든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랑으로 사랑이 세상을 돌아가게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젖은 낙엽보다 낮은 곳,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리고 사랑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곳, 부둥켜안고 손만 놓지 않는다면, 사랑으로 살아간다면 가장 아름다운 섬이 인간세상 아닐까.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으니까. 살아 있을 만한 곳이 세상이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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