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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하얀 피부, 오똑한 코, 가느다란 눈의 쌍 커플 없는 까만 눈동자, 정갈하게 빗은 새카만 머리, 가는 허리. 전형적인 조선의 미인이다. 헌데 남녀가 유별했던 유교 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낸 여인의 정체가 궁금하다. 여염집 여인과 조금은 달라 보이는 용모가 눈에 들어온다. 높이 올린 트레머리며 짧은 저고리 아래로 드러난 가슴과 옥빛 치마 끝에 아른거리는 한쪽 버선발이 야릇한 호기심을 부른다. 그럼에도 전체적 느낌은 단아하고 섬세하며 도도해 보인다.

이 작품은 신윤복의 '미인도'로 2024년 9월, 대구에 새 둥지를 튼 간송미술관 개관 대표작이다.

200여년 전의 특수계층 여성이다. 당시 화원의 풍속으로 본다면 놀라운 발상이며 뛰어난 붓끝예술이다. 이 작품에서 나는 두 가지 사회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하나는 밀려드는 서양문명 앞에서 대책 없이 허물어져 가는 윤리관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고 또 하나는 이와 맞물려 당시 여인들의 패션이 유곽 여인들의 주도로 예(禮)보다는 점차 자신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화가는 그냥 여인을 그린 게 아니지 싶다.

그는 왜 미인도를 그렸을까. 그의 그림 철학이 오롯이 드러난 대화가 떠 오른다.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그린다는 건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첫 대화에서란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가 한 여인을 그리워해서였을까.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 그림엔 외모만이 아닌 사람의 마음까지 그려 낸 혜원만의 섬세하고 자유로운 세계가 들어있다. 그의 이런 그림 철학은 '미인도'에 남긴 짧은 시에도 드러나 있다. "이 조그만 가슴에 서리고 서려 있는 여인의 봄볕 같은 정을 붓끝으로 어떻게 그 마음인지 고스란히 옮겨 놓았느뇨"

어찌 보면 미인의 팔자란 운명적 숙명적으로 타고난 것일지 모른다. 역사적으로도 시대의 영웅들이 미인들과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동·서양의 역사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던 예가 종종 있었다. 단지 얼굴만 예뻐서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모는 한때의 반짝임 아닌가. 그럼에도 오래도록 미인이란 호칭이 유지되는 것은 단지 미모만으로 칭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양귀비를 봐도 그렇다. 물론 경국지색이란 말을 들었지만 그녀가 단지 예뻐서 붙여진 건 아니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양귀비는 외모뿐 아니라 문학과 예에 능했고 지혜로웠다 전하니 미인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생각된다.

미인의 사전적 의미는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말한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여기서의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가리키는 게 아닌가 보다. 그래서인지 아름답다의 진정한 의미는 어원에서도 나타나 있다. 즉 아름답다의 어원은 '나'답다는 뜻이란다. 즉 안다를 뜻하는 '아놈'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아놈'은 '안다'의 명사형으로 나답다는 뜻이다. 소설 '안나카레리나'에서도 톨스토이는 그녀를 미인이란 단어 대신 치명적 매력의 여인으로 칭했을 만큼 개성을 외모 위에 두었던 것 같다.

볼수록 곱다. 천경자의 미인도에 비하면 담백, 사실적이고 솔직해 보인다. 반면 천경자의 미인도는 화려하고 개성이 강하다. 그럼에도 두 여인의 무표정 속에서 풍기는 '나' 다움을 읽을 수 있었다. '나' 다움은 특별한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지금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마음이 표정에, 몸짓에 있다. 그렇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떤 삶 앞에서도 '…척'을 하지 않는다는 걸 신윤복 선생이 가리키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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