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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18 13:34:13
  • 최종수정2024.09.18 13:34:13

홍성란

수필가

'인디언'을 본 적이 없다. 깊은 관심이나 호기심을 느낀 적도 없다. 다만 어쩌다 책이나 영화, tv에서 그들의 이미지를 대충 봤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인디언' 하면 긴 털 깃 모자를 쓰고 말을 달리며 화살을 쏘고 텐트를 치는 먼 대륙의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북미 원주민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의 이런 빈약함을 바로 잡아줄 기회가 생겼다.

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展이 서울에서 열렸다. 북미 원주민과 관련해서 최고로 꼽히는 미국 덴버 박물관 소장품을 빌려온 것. 사실 제목만 보면 인디언과 한국인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이방인이다. 하지만 찬찬히 다가가 보니 여태껏 알고 있던 그들의 삶과 역사는 현대인의 삶과 괴리된 게 아니었음에도 그간 역사의 강자에 의해 많이 가려져 있었고 왜곡되어 있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남 얘기 같지만 남 얘기가 아닌 지금을 사는 너와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제목만 봤을 땐 과연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과 인연이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북미 인디언들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거기엔 기후와 지리적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 지금의 러시아 극동과 아메리카 대륙의 알래스카 사이에는 두 대륙을 잇는 베링해협이 종종 열렸었는데 기후변화로 베링육교가 생겼고 이 길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일부 인들이 배가 아닌 뚜벅뚜벅 걸어서 알래스카로 건너가 북미 원주민의 조상이 된 것이란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그렇다. 특히 우리가 알던 낙타의 원산지가 사막이 아니라 이곳 북아메리카 지역이란다. 말(馬)도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였지만 9천 년쯤 멸종되고 나중에 유럽에서 역수입된 것이라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북미 인디언 부족은 무려 570여 개가 된다고 한다. 이들은 알래스카에서 시작해 캐나다로 이어 지금의 미국 땅으로 내려가며 드넓은 대륙에 퍼졌다. 원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환경에 맞춰 각자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만들어 오랜 세월 다양한 부족을 이뤘다. 다만 같은 시대 아시아나 유럽과 같은 정도의 중앙 집권화된 문명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 이유로는 식량부족과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의 상륙으로 인한 갈등과 전염병으로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러니까 자신들을 지키지 못한 큰 원인은 결국 힘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미 원주민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혼을 면면히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나 이들 북미 원주민의 후손 1만2천 명이 6·25전쟁 때 참전한 사실이다. 이 또한 한국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전시장엔 원주민들의 후손 화가들의 초상화나 풍경화가 전시되어 있다. 하나같이 슬픔과 패배의 흔적이 여기저기 배어있다. 전통적인 원주민의 텐트인 '티피'를 비롯 정신적인 면과 실생활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이 모두에 그들의 사라져가는 삶의 방식, 전쟁과 학살로 얼룩진 역사, 그래도 지울 수 없는 조상 대대로의 혼과 미감이 녹아 있었다. 인디언의 역사를 보면서 문득 나를 돌아본다. 정녕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나 알고 있는지.

그럼에도 이 전시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건 소박한 이유에서였다. 나와 다른 존재를 아는 즐거움, 또는 내가 모르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고 나와 다른 존재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것, 이해하고 그래서 전보다 더 나은 내일로 가게 되는 것 아닐까. 그건 우리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목적이자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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