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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너무 높이, 멀리 있어 반드시 올려 볼 수밖에 없는 게 구름이다. 구름을 직접 만져 보았다거나 냄새를 맡아 본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다. 구름을 숭배한다거나 일생을 구름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헤르만 헤세는 수많은 작품에서 구름을 예찬했고 불교에선 구름을 덧없는 인생으로 비유하면서 자연 자체보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해마다 추석 성묫길에서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먼 집안 뻘 가족이 있다. 우연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올해도 역시나 또 만나게 되었다. 형님은 다리가 아파서 못 오고 두 부자(父子)만 왔는데 유난히 얼굴이 밝아보였다. 노총각인 조카가 다음 달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며 싱글 벙글 입을 다물지 못하신다. 딸 다섯 낳고 막내로 태어난 아들이 결혼을 하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모두 축하의 말을 건네며 각자의 산소를 향해 오른다. 잠시 서서 두 부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평생을 구름 아래에서 방황하던 아주버님의 굽은 등이다. 아내인 형님은 그 먹구름을 이고 수시로 불어오는 찬바람과 서리속에서도 절뚝거리며 살아야했고 그렇게 늙었다. 어찌 생각하면 방황의 밑바닥에 한과 울음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하는 짐작 뿐. 운명은 겨우 돌 지난 아이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 갔고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는 삼십 년이 지난 어느 날 특별한 임무를 띠고 돌아왔다. 다행이 바로 자수한 부친은 돌아왔지만 청년이 된 그가 아기 시절부터 감당해야 했을 삶의 아귀 같은 소용돌이 그로 인한 좌절과 상처 울분과 한으로 점철된 아픔과 슬픔을 보듬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닿을 수 없는 뜬 구름을 향해 치닫던 일생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 들었을까. 긴 방황에서 돌아온 아주버님은 요즘 작은 방에 만족하시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이고 다녔던 구름이 늘 뜬 구름이었다는 것도 이제는 깨달은 듯 느껴진다. 구름에 걸려서 사람들이 넘어진다는 것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덧없이 죽여 놓고도 구름들이 조용히 여름 대낮을 흘러간다는 것을 늙어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구름은 넘어지는 법이 없다는 걸. 넘어진 사람들을 넘어서 구름들이 낮과 밤을 흘러가고 시장에 북적거리던 인파가 오늘은 5일장에서 시끌벅적 출렁거린다는 것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으리라.

나의 가계는 나의 역사며 나의 근간이다. 생각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먹구름이라 불리는 고통스런 근심세계로서의 현재를 살아냈던 어머니 아버지 모두 구름 족에 속할 것이다. 나 또한 구름족의 후손일 것이다. 흰 머리카락과 들국화위에 내리는 서리는 구름의 변주곡이다. 흰색으로 동일시되며 액체에서 고체로 기화한 것으로부터 다시 환원된 것으로 하늘에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구름의 세계다. 지상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세계이며 무거운 업이 뭉쳐졌다 흩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곳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구름족의 후손인 우리는 머리가 허옇게 되도록 영문을 모른 채 뭉게구름을 보며 걸어간다. 올해도 이슬 머금은 꽃들은 피고지고 땀과 눈물에 젖어 여기를, 지금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 매미울음은 고통스런 삶의 어떤 절정과도 같다. 그것은 삶의 절정이며 종족의 번식을 위한 세레나데이다. 한마디로 삶을 요약한 한마디일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야 다시 구름 높은 가을이 오는 것이다. 이제 멀고 먼 인생의 뒤안길을 돌고 돌아 거울 앞에선 구름 족 후손. 모쪼록 두 부자의 앞날에 높은 하늘에 피어오르는 흰 뭉게구름처럼 상쾌한 나날들이 펼쳐지기를 기원하며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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