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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사람의 첫인상은 대개 외모로 감지하지만, 사람의 매력은 몸으로 부딪혀야 알 수 있다. 작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을수록 마력적인 소설이다. 더구나 이윤기 작가의 번역이 얼마나 맛깔스러운지 조르바의 매력이 한껏 돋보인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처럼 살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세상사 어떤 상황도 두려워 하지 않았던 남자다. 게다가 자유인이라니. 도대체 어떤 남자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조르바의 매력은 한마디로 그가 철저히 자유인이었다는 데 있다. 철저한 자유인이란 무엇인가.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멋대로 사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보다는 자기 의지로 자신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나 자신을 철저히 중시한다. 그걸 실천한 남자가 소설 속 조르바라는 남자다. 65세의 중늙은이인 그는 한마디로 줏대 있는 사람이다. 줏대란 뭔가.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을 말한다. 얼마나 철저한지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다.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한가. 그의 당당함은 머리로 배운 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서 익힌 그만의 세상 사는 본능적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대화방식도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상대의 심중을 뚫는다. 그가 광산주인 젊은 주인공과 나눈 첫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라고 소리친다. 그러니까 자신은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며 당신이 광산 주인일지라도 나는 부당한 처사에 당신 눈치는 안본다는 말이다. 권력이나 거대한 힘에는 눈치를 보며 소신 발언은 개나 주었는지 찌그러지고 마는 일부 자화상과 비교하면 대단한 소통법 아닌가. 그게 그에 몸에 배어 있다.

그에게서 살아 있는 인생이 느껴진다. 인간은 엄청난 동물이며 산다는 게 끊임없이 말썽거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말썽거리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의 호기심과 열정에서 나오는 것. 그래서인지 지식은 있되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는 젊은 주인공에게 펜대 운전사라고 빗댄다. 그의 논지는 대충 살아서는 평생 인생을 즐길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지금 현실에선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정식 교육을 받은 적 없고 평생 변변한 직업을 가져 본적이 없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노동자의 모습에서 언뜻 자유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실 물질 만능 사회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유형이며 어쩌면 소설 속이어서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가의 철저한 의도 아래 쓰여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독자는 의도와 진실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자기 위주로만 산다고 이기적 삶이라 예단한다면 대단한 실수이리라.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무섭도록 매진한다는 것은 일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측은심과 위로와 사랑을 전폭적으로 건네는 로맨틱한 남자라는 점이다. 전쟁터에서고 사랑에도 일에도 역시 절대 대충하지 않는다. 인상적인 것은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마음을 조절하는 산트루라는 악기를 목숨처럼 사랑한다거나 춤을 추는 장면은 퍽 인상적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멋지고 매력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한마디로 삶을 대충 사는 게 아니라 인생을 즐기며 사는 영혼이다. 혹자는 조르바 같은 사람이 물질사회에서 살 수 있느냐 되물을 것이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답게 사는 인생이 어디에 있느냐는 걸 절대 간과하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산다는 게 무엇인가로 돌아왔다. 세월이 갈수록 적어도 녹슬지는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녹슨다는 건 죽은 인생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정체된 삶처럼 비참한 생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엔 학력도 지식도 재산도 덧없음이다. 살아 있는 생을 누가 만들겠는가. 내 자신이 내 뜻과 의지로 끊임없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날마다 만나는 사람도, 하늘도 나무도 날마다 처음처럼 새롭게 보는 것은 어떤가. 익숙함에서 발견하는 새로움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인생을 만드는 첫걸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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