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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6.11 14:36:15
  • 최종수정2017.06.11 14:36:15

홍성란

수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그 많이 달라진 풍경 속에서도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말보다 실천을, 나보다는 함께 살아가려했던 선한 사람들. 좋은 일을 하면서도 멋쩍어 하거나 겸손해했다. 그런 모습에서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그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생각했었다.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단어는 도덕성이다. 크고 작은 사건 가운데 도덕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부끄러움을 잊은 듯, 모르는 듯한 얼굴들을 TV에서 보며 박완서씨의 소설「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속 인물들을 생각한다. 이 작품은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삶의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물질적 욕망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지금의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설의 인상적인 장면을 떠 올려본다. 생계를 위해서는 몸을 팔아도 된다는 어머니의 말에 충격을 받고 주인공은 부끄러움을 상실한다. 그러다 처녀 적,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던 동창생(同窓) 경희를 만나지만 그녀의 웃음과 포즈에서 부끄러움의 알맹이가 퇴화해버린 빈껍데기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실망한다. 주인공의 부끄러움은 살아나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일본여행객을 안내하는 여인의 "여기서부터는 소매치기를 조심하여야 합니다"라는 속삭임에 부끄러움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외친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모자라 여러 학원을 다니며 별의 별 지식을 다 배우겠지만 아무도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않았을 거라며 자신은 학원 아크릴판에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훨훨 날리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서 작가는 부끄러움은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성서(聖書) 대로라면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느끼게 되는 인류 최초의 변화는 부끄러움 이다. 알몸에 대한 부끄러움을 스스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단지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만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과 이어져 있음을 말한다. 부끄러움은 선악의 대립을 핵심으로 하는 도덕의식의 발로이자 타자의식과 맞물린 자기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작년 가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렘브란트의 명작'탕자(蕩子)의 귀환'을 만난 적이 있다. 탕자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어루만지는 아버지와 그 무릎에 엎드려 흐느끼는 아들. 그들에게서 사랑과 부끄러움을 읽었다. 어떻게 해야 부끄러움이 돌아 올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였다. 탕자는 내게, 실패와 갈등이 절망만을 안겨주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 자신을 만났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노라 말하는 것 같았다. 절망을 헤치고 나온 자기의식의 발로가 부끄러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발길을 옮겼다.

사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이상(理想)이라도 로봇시대를 눈앞에 둔 21세기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과 일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는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행이 있어야 이뤄지는데 행(行)없는 앎에는 기가 없다. 기(氣)는 자존감의 경험인데 기(氣)없는 사람이 자존감을 지닐 수 있을까. 공자가 말하는 덕(德)의 정치나 맹자의 수오지심(羞惡之心)도 부끄러움을 기본으로 두고 있다. 부끄러움이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는 단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단초는 자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데 자존감이 없다면 무슨 일이던 스스로 할 수 있겠는가.

누구든 하나쯤 부끄러움은 있다. 누구는 생계 때문에 누구는 허영과 과욕으로, 저마다의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익을 전제로 한 주관적 개인의 정서에 머문다면 그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우린 동물과 달리 생각이란 걸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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