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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며칠 전, 책을 뒤적이다가 젊은 여류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제목이 핑크& 블루이다. 사진을 보면 작가는 아이들의 방을 방문해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방에 한가득 채워놓았다. 대부분 여자아이들은 분홍색의 물건들과 바비 인형을, 남자아이들은 푸른 망토를 두르거나 로봇장난감과 파란색이 가득한 물건들을 배치하고 냉소적인 표정의 아이들을 담아냈다.

처음엔 여자아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게 뭐 특별한가라 생각했었다. 대개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핑크색을 얼마나 좋아하던가. 그런데 한참을 보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남자아이들은 파란색 물건들이 많지? 왜 여자아이들은 분홍색물건들이 많을까. 작가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꾸준하게 주제로 삼아 독자에게 말을 건넬까. 핵심은 뭘까. 분명 작가의 의도가 있겠다 싶어 당연함을 내 입장에서 뒤집어 보았다.

분명 이제껏 내가 생각한 분홍색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다정한 색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핑크빛 무드니 사랑이니 하는 이미지와 연계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현실적으로도 손자의 옷을 고를 때 어김없이 파랑계열의 진열장으로 다가가게 된다. 아니 분홍색을 남자 아이에게 입힐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남자 정장이 분홍색일 때 그가 용감하다던가 씩씩한 인상보다는 마음 여린 남자가 어른거린다. 이처럼 나의 뇌리는 구분되어 있다. 그렇다면 분홍색이 왜 내겐 여자의 색으로 굳혀 진 걸까. 이 굳혀짐은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되어왔고 나 역시 부모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 옷을 살 때나 물건을 고를 때 남녀의 구분을 지어 왔던 것 같다. 어쩌면 그건 내가 좋아서라 던지 아이들이 좋아해서 라기 보다 어른들이 그런 물건을 가지고 놀게 하게끔 암묵적 강요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분홍이 지니고 있는 감성은 여느 색보다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이라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옅은 빨강이라는 최초의 어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낭만적인 언어는 장미꽃에서 따온 '로즈'를 대신 쓴다는 것. 또는 확실하지 않지만 패랭이꽃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장미와 패랭이 모두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의 꽃과 연계되어 있다. 일단 딱딱하지 않으니 꽃이 그렇듯 상대방의 마음을 부드럽게 움직인다는 데 동의 할 것이다. 실제로 교도소에 핑크색을 칠함으로서 죄인들을 변화 시켰다든가 함정에 마운드바텐 핑크색을 칠한 덕에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던가하는 사례는 핑크의 감성에 부드러움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례이다.

사실 분홍색이 여자의 색이라는 구분을 지은 것은 겨우 20세기 중반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니까 몇 세대 전은 지금의 반대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관념이란 게 얼마나 맹랑한 건가. 1918년 무역지엔 남자의 핑크 경향이 일반적 규칙이었다고 밝혔었을 정도로 정반대 관념에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 고정관념도 분홍색 예수나 모토로라의 홈페이지 색, 금발의 미녀라는 영화 또는 고갱의 그림이나 라시드의 핫핑크가 나타남으로써 영원한 관념은 없다는 것으로 증명된 셈이다. 아사히 맥주가 분홍색 맥주를 만들어서 맥주색이 가졌던 고정관념이 허물어진 것 역시 고정관념을 역으로 이용한 파괴형식의 상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역발상이 대박이 될 수 있었던가. 그건 고정관념이 전부가 아님을 제시하는 현실적 상황에 있었다고 본다.

때로 굳혀진 관념은 편견으로 이어지고 종내는 상처와 아픔으로 남게 된다. 핵심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점일 게다. 그건 남녀노소 어른과 아이 누구나 모두에 해당한다. 페미니즘이 왜 나왔고 남녀평등이 왜 나왔겠는가. 여기서 팩트는 페미니즘이 여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듯 남녀평등이 제한된 남녀에만 있는 게 아닌, 누구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걸 간과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핑크&블루 작품 역시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한 각성을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발로라고 보면 어이없는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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