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홍성란

수필가

한 무리의 소년들이 무인도에 떨어진다. 핵전쟁이 일어난 가운데 비행기로 후송되던 영국 소년들이 태평양 어느 섬에 불시착한 것이다. 조종사는 죽고 살아남은 건 겨우 5-12세밖에 안 된 소년들뿐이다. 아이들에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청천벽력 같은 엄청난 일이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집도 절도 없는 야만 지대였으니 그들의 사고를 세상이 알기나 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 섬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을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비춘다. 문명에 익숙했던 소년들이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하고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천진하고 연약하며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이라 마냥 울고만 있었을까. 물론 아니다. 그들도 하나의 인간이기에 생존본능이 발동한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소년들에게서 내면화된 문명의 가치가 어느 정도의 견고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의문을 던진다.

위험한 상황을 인식한 소년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빨리 이 섬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데 있었다. 그들은 '랠프'라는 소년을 리더로 삼아 산꼭대기에 횃불을 올려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기로 결의한다. 그러나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고 기다림에 지치고 비문명 생활에 지친 소년들은 불안하다. 이때 횃불보다 먹는 걸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다부진 체격의 '잭'의 의견에 다수의 아이들이 사냥에 따라 나선다. 소년들은 사냥을 하면서 피에 흥분하고 만족해하며 횃불 약속을 무시하거나 지키지 않는다. 즉 구제의 가망이 멀어지고 두려움이 커짐에 따라 그들의 타락도 심화해 간 것이다. 이때부터 리더의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은 악을 드러내고 지배욕이 발동되고 종내는 횃불을 지켜야 우리가 구출될 수 있다는 랠프와 먼저 배가 불러야 불도 지킬 수 있다는 두 주장이 갈라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아이들에게도 인간 본성에 잠재했던 악이 폭력과 살인, 지배욕으로 나타나 약속 파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됨을 알게 된다. 문명의 가치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 생각게 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잭'이 이끄는 사냥은 중요한 의미로 읽힌다. 사냥은 어떤 이유에서든 한 생명을 죽이는 행동이다. 사냥을 거듭할수록 소년들은 피에 익숙해지고 동료 살인 폭력으로 번지고 스스로 야만인으로 타락한다. 작가는 이런 타락하는 소년들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어둠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불어 소년들에게 두 개의 잠재적 본성이 있음을 가리킨다. 소년들의 천진성과 인간 본성에 숨어 있는 악이다. 그 상징을 잭과 랠프로 표현했다. 양심적이고 동료를 배려하고 따듯하게 생각하는 '랠프'를 선의 이미지로 나타냈는가 하면 '잭'은 검은 의상에서부터 사냥이나 폭력 살인, 권력욕 지배욕에 이르기까지 어둠과 악을 대변하는 듯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또 나머지 사이먼이나 로저 근시소년돼지 쌍둥이 등에서 사회의 형태는 개인의 윤리적 성격에 따라 좌우하는 것이지 외관상 아무리 논리적이고 훌륭하다 하더라도 정치체제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 '파리대왕'은 소년들의 모습에서 숨어 있는 인간의 본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이는 인간 본성에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순진한 아이들에게는 악이 없을거라는, 설마 살인까지라는 예상을 뒤엎은 소년범죄 사건이다. 요즘 소년범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사회적 약속과 문명의 가치를 인정하고 약속했다 해도 강한 힘이나 위험한 상황에서 그 가치와 약속이 지켜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며 이 책의 모랄이다. 새삼 아이에게서 어른을 본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