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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언제부터였을까 어떤 색(色)도 하나의 색(色)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중에서도 색과 색이 합쳐져 생각지도 못했던 색이 나왔을 때의 신기함과 호기심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알게 된 게 색들의 이름이었고 골백번 외우고 칠했던 게 삼원색이 아니었을까 싶다. 빨강 노랑 파랑 또는 녹색. 빛의 삼원색과 색의 삼원색. 이 삼원색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게 됐고 아름다운 세계를 통해 상상을 키웠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색이 있다. 오렌지 계열의 색중에서 주황색에 대한 기억이다. 빨강과 노랑을 섞어 칠했을 때 두 가지 느낌을 체험하게 됐다. 처음에 두 가지 색이 섞여 또 다른 색으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색은 밝고 아름다웠다.

 한데 갑자기 복숭아가 떠오르면서 손가락에서 크레파스가 빠져나왔다. 복숭아를 먹고 크게 혼이 났던 기억 때문이다. 주황색 자체가 싫은 게 아니었다. 주황색을 보는 순간 내 뇌리에서 알레르기가 돋아났기 때문이다. 색 자체만 보면 얼마나 유쾌한 색인가. 그런데도 나는 색에서 복숭아를 연상했고 잠시나마 경계를 느낀 것이다.

 색은 그냥 색에만 머문 게 아니었다. 기억과 경험과 상상을 등장시켰다. 아마도 주황색에서 유쾌한 명랑함을 느끼는 동시에 불안한 기억과 맞물려 황색차선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두리번거렸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깊은 가을로 들어서면 저마다의 과일과 뭇 식물들은 퍼런 옷을 버리고 붉고 고운 색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빨강 노란색의 교합인 오렌지 계열은 열정의 여름과 익어감의 상징인 노랑의 결합색이다.

 색과 색을 섞는다는 것, 합친다는 것은 각기 다른 색끼리의 융합이면서 또 다른 색의 탄생을 예측할 수 있다.

 여기서 또 다른 색이란 계열은 비슷하나 언제나 똑같지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일정한 양의 교합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또는 명도나 채도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빨강과 노랑을 섞으면 주황색이 된다는 말이 꼭 정확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때론 주홍색으로도 또는 더치 오렌지나 샤프란 색으로 주황의 친척 색들이 나와 명칭을 달리한다.

 추상예술의 화가 칸딘스키는 주황색을 일러 자신의 힘을 자신하는 남자와 같은 색이라 했다.

 자신감 있는 남자의 표정을 생각해본다. 일단 그의 얼굴과 몸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이 있다. 열정은 무슨 일이든 어떤 일 어떤 상황에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이 팽배해 있다.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완벽하고 자신감 있고 능력 있는 거칠 것 없는 남자가 대다수 일 수는 없을 것이다.

 칸딘스키의 말엔 인간의 오만을 경계함도 있을 거란 생각이다. 그 예로 나는 놀데의 그림을 떠 올린다. 표현주의 화가 놀데의 그림은 주황색을 통해 인간의 오만을 경계하면서 신의 존재를 통한 인간의 겸손함을 일깨웠다고 보는 것이다.

 놀데가 그린 '예수와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그림의 배경에서 마치 태양과 회오리처럼 예수에게 다가온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주황색 톤을 띠고 빨강과 노랑, 빨강과 빨강 노랑이 잘 섞여 따듯함이 더욱 강화된 원래 빛의 색인 노랑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황의 상징성은 오렌지 열매의 부드럽고 밝은 노랑 주황과 뜨거운 불같은 빨강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눈부신 태양 잘 익은 열매 아름다운 인간의 육체를 주황색으로 그렸다. 왜 그랬을까 물론 살색과 비슷해서이기도 하지만 인간 자체가 복합된 색에 가까워서가 아니었을까.

 가끔 지금의 이 익숙함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처음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 색의 탄생도 그렇다. 자연이라는 기본을 통해 혹은 특정한 안료를 통해 아름답게 살아난다. 인간의 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색과 색이 섞어 다른 한 존재로 태어나듯 우리 또한 서로에게 네가 되고 내가 된다. 서로 섞이면서, 경계하면서 하나의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걸 색(色)이 또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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