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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여름 한낮, 숲이 우거진 밀림을 보면 잠깐이라도 더위를 쫓을 수 있다. 오랜만에 '동물의 세계'라는 TV 프로가 재방송을 한다.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다. 공감과 감동을 주기도 하고 냉혹함도 읽을 수 있다. 때론 그들의 세계에서 또 하나의 인간세상을 보는 듯 빠져든다. 그런가 하면 공동체 삶의 야생동물에게서 배우는 교훈도 있다. 이에 반해 인간세계는 어떤가.

 작가 카잔차키스는 '조르바'에서 인간을 동물은 동물인데 자유를 사랑하는 엄청난 동물이라고 인간의 우월함을 치켜세운다. 정말 자유를 사랑하고 언어가 있고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모두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역으로 언어가 없고 생각이 없으면 동물이라 단언할 수 있는가. 사실 모든 동물에게 언어가 없는 건 아니다. 개미들의 페르몬을 통한 의사소통, 돌고래들의 초음파를 통한 의사소통 박테리아가 화합물질 교환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니 동물이라고 아무생각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고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단 인간은 동물과는 달라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동물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동물은 자유를 뜻하니까. 자유가 통제되고 힘의 논리가 위인 사회는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소설을 통해도 짐작 할 수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동물농장'은 1900년대 공산주의를 비판한 소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본성의 폭로와 인간이 어디까지 부패할 수 있는지를 동물을 통해 표현한 정치 우화소설이다. 내용에 동물들이 문자를 익히고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평생 착취당했다고 생각했던 동물들이 주인을 내쫓고 그들만의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제일 먼저 한 일이 문자 익히기였다. 그만큼 문자를 안다는 것은 동물이 인간과 평등하다는 걸 내세우기 위한 평등을 가장한 선동 작업이었다. 리더 격인 돼지 스노불과 나폴레옹은 가짜평등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몰래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그러나 속임을 알 리 없는 무지한 동물들은 인간이 사라진 당장의 속삭임에만 도취한다. 무지하다는 건 순수한 지식은 물론이고 부정과 폭력에 비판, 저항하는 힘과 나가서는 자유를 지켜가는 힘이 없다는 말. 그 결과 어떻게 됐는가.

 동물 7계명이 조작되고 부정되어도 글자를 몰라서 혹 알았어도 폭력이 두려워 누구도 비판하거나 저항하지 못한다. 특정 계층은 대중을 기만하면서 폭력과 혹독한 착취노동이 강요됐고 자유는 사라지고 거짓과 조작이 진실을 덮었다. 그 속에서 동물들은 굴종과 복종에 익숙해져 갔고 무기력해져만 갔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동물은 무조건 적으로 모는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숙청되거나 즉석에서 처형됐다. 평등은 말뿐이었고 철저히 계급사회로 이뤄진 독재체제였던 것이다. 평화와 평등을 가장한 거짓논리에 속아 무조건 추종한 부류들과 부화뇌동한 나팔수 동물들이 있었기에 독재가 가능했을 일이다.

 이 책을 내려놓으면서 생각하게 하는 물음이 있다. 현대 우리사회에는 동물농장이 없는가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동물농장의 일원일지 모른다. 본성과 이성이 갈등하고 폭발하는 인간사회. 리더도 있고 강자와 약자도 분명 존재한다. 동물사회와 다르다면 그들이 본성 본능의 세계인데 반해 인간사회는 자유미래를 지향하며 생각하고 행동한다. 여기서 엄청난 동물이 인간이란 걸 알 수 있다. 그 증명을 역사가 말하고 있고 문자로 기록한다. 왜냐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결국 인간의 최종 바람은 자유와 행복에 귀결된다. 단 어떻게 살아야 동물과 다르게 사는 길인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테다. 본능에 의한 힘의 논리만을 쫓을 것인지. 잘못된 힘의 논리에는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비판저항의 힘을 기를 것인지. 분명한 것은 자유가 존중되고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됐을 때 비로소 동물세계와 인간세계는 구분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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