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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환경은 행동을 만들고 생각을 바꾼다. 몇 달 전부터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답답하고 갑갑하다. 또 내일이 어떻게 출렁일지 몰라 불안하다. 불안의 큰 덩어리는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시간이 갈수록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외출도 웬만하면 줄이게 된다. 밖을 나가도 실내에서도 마스크는 필수다. 그뿐 아니다 가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나만 생각할 수가 없다. 창은 닫혀 있고 닫힌 공간속에서 홀로 되어가는 것 같다.

대개 집 공간에는 방마다 방문과 몇 개의 유리창이 달려있다. 밖과 안을 자유로이 오가며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다. 그렇게 열고 닫는 일이 세상과의 소통이요 일상이랄 수 있다. 그런 일상에 나가고 싶어도, 나가면 안 되는, 곤란한 상황이 두어 달 전에 있었다. 두통임에도 아이들은 코로나를 염두에 둔 듯 시작일지도 모른다며 을러댔다. 머리 아픈 게 무슨 코로냐나며 반박을 해 보지만 '모르니'라는 말에 더럭 겁이 났다. 졸지에 나는 환자가 되고 자식은 엄한 의사가 된 듯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다행이 하루 만에 두통이 가라앉고 평상을 찾았는데도 아이들은 경계를 풀어 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환자 아닌 환자가 되어 하루를 인내해야 한다. 시간은 느리고 마음은 허공에 떠 있다. 혼자 말하고 답한다. 이방 저방 돌아다니기도 하고 창도 열어보지만 정적만 감돈다. 답답하고 무기력 하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이 무기력을 걷어 줄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왈칵 든다. 병상침대에 누운 환자들의 모습이 휙 지나간다.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인해 병원이라는 공간에 고립된 사람들과 그들의 누군가가 될, 안에 있는 사람들. 그들이 원하는 것도 이런 비슷한 것 아닐까. 나도 그들도 모두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을 바라보던 한 남자가 떠오른다. 한 줌 햇빛도 들지 않는 모래사막에 빠진 남자. 아보 코베의 '모래의 여자'라는 작품의 주인공이다. 곤충채집을 떠났던 그는 모래사막에 빠져 고립된다. 한편 세상 밖에서는 오랫동안 닫혀진 창과 우편물로 인해 그를 실종으로 받아들인다. 모래는 그를 심연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가두어 버렸다. 그의 끊임없는 밖으로의 탈출은 매번 실패하고 지쳐 쓰러진다. 모래 속에 갇힌 고립된 한 인간의 욕망과 절망, 처절한 몸부림은 극한 속에서의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원히 모래에 묻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의 날마다는 하루하루가 달랐다. 모래의 여자와 소통을 하며 마침내 물을 끌어 올리는 장치까지 만들고 세상과의 끈을 손에 쥔다. 작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예리하게 그리면서 그의 하루하루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모래라는 상황에 한동안 고립되었을 뿐 그가 모래에 고립되지는 않았다고. 그날이 그날은 아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로 들린다.

한 때는 안에서 밖을 향해 미래를 꿈꾸던 날들이었건만 언젠가 부터 밖보다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불확실한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는 욕망과 불안감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소하며 헤쳐 나갈까 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간 밀폐될 때 인간은 서서히 공간에 고립되고 메말라 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될 게 있다. 물질적 도움 없는 외톨이만을 고립이라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정신적인 외톨이야말로 무서운 일일 게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멀어질 때 또는 자신이 은둔의 시간에 매몰될 때 그게 진짜 고립되는 거라 생각한다.

홀로라는 말은 왠지 쓸쓸하다. 한정된 공간에 홀로라는 말은 더 쓸쓸하다. 그보다 조금 더 쓸쓸함은 오랫동안 홀로 한 공간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테다. 지금 우리사회는 코로나라는 사막을 조심조심 지나가고 있다. 왠지 두렵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그날이 그날인 날이 있던가. 여기에 사람의 존재 이유가 있고 희망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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