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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세상 이야기란 무엇일까.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인가.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모를 게 세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세상 이야기들을 헤아리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에 닿는다. 그 유일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두 개의 갈등일 게다. 그것의 대립이 우리를 두렵게 하거나 고무시키며 그로 인해 생각과 자문을 거듭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인식하는 것도, 세상을 떠날 때도 인식하는 건 아닐까.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의 작가인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이 올해 탄생 120주년을 맞는다. 그는 '에덴의 동쪽'에 대해 내 최고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이 작품에서 그는 유일한 세상 이야기가 뭔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 책에 공감을 주는 두 가지 바탕이 있어서이다. 첫째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작가의 지독한 사랑을 토대로 트래스크가(家)와 해밀톤가(家) 3대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전개한 점이고 두 번째는 인간은 운명에 굴복하거나 신에 의지하지 않고도 인간 스스로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거라는 걸 명시한 점이다.

트래스크가(家)의 애덤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후 고향으로 내려와 지상의 낙원을 건설 할 꿈을 꾼다. 하지만 아내 캐시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아름다운 외모 속에 야수의 잔혹성을 감추고 있는 캐시는 부모를 죽인데다 자신을 구해준 애덤과 결혼해서는 자식마져 버리고 사창가로 떠난다. 그녀는 친딸처럼 사랑해준 주인을 독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해서 부와 명성을 쌓는다. 한편 그녀로 인해 실의에 젖은 애덤을 격려하고 배려해서 마침내 새 삶을 일으키게 한 해밀톤(家)의 새뮤얼. 작가는 세 사람에게서 이미 선과 악의 모습을 선명하게 비춘다. 특히 피폐해 가는 애덤에게 던지는 새뮤얼의 말이 퍽 인상 깊다. "비옥한 저 땅을 그냥 내버려 두고도 자네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니 이상하군. 자네는 인생을 이렇게 묵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가?"라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일깨운다.

그러면서 '팀셸'(timshel)이라는 명제를 애덤의 자식들을 통해 독자에게 던진다. 애덤에게는 아론과 칼이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아론은 착하고 여린 심성이나 동생인 칼은 사악하고 거칠다. 칼은 아론을 편애하는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한다. 목마름은 분노로 이어져 칼은 타락한 어머니의 존재를 형에게 알리고 아론은 절망감으로 군에 자원하나 얼마후 전쟁터에서 죽는다, 칼은 자기 잘못으로 형이 죽었다고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선을 자각한다. 이때 지혜로운 하인 '리'는 죄의식에 잡힌 칼에게 축복을 내리고 회생할 기회를 주라고 애덤에게 간청한다. 이에 애덤은 마지막으로 아들 칼에게 '팀셸(timshel)'이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이 책의 주제인 팀셸(timshel)은 히브리어로 '너는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뜻으로 인간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말이다. 인간이 짊어진 원죄와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작가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흠정역 성서 창세기에도 같은 뜻의 구절이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카인이나 칼처럼 원죄를 짊어지고 산다. 때문에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갈등하고 헤맨다. 하지만 이 두 갈래 길을 선택하는 권리는 어디까지나 인간 스스로에게 있다. 애덤이 칼에게 남긴 '팀셸(timshel)'의 의미도 어디까지나 네 스스로 선을 자각하고 선을 선택하라는 의미와 기회를 주려는 관용과 인간애 같은 따듯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팀셸(timshel)'의 핵심은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다. 죄를 짓게 되었더라도 또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아니다'라는 절망을 '아직은 아니다'라는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희망의 원리라는 것을 일깨우는 말이다. 인간의 주인공은 바로 인간인 이유이다. 인간의 길이 험하다 해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향해 간다. 비록 그 과정이 느리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선(善)을 향한 인간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데 삶의 가능성과 희망이 있고, 인간의 위대성과 존엄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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