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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3.21 15:19:16
  • 최종수정2024.03.21 15:19:16

홍성란

수필가

봄날, 선비가 말구종 아이를 앞세우고 길을 나섰다. 복건에 챙 넓은 갓을 써서 턱 아래 반듯이 묶고 도포는 옷고름과 술띠를 낙낙히 드리워 은근한 멋을 냈다, 오른손은 고삐를 쥐고, 왼손엔 쥘부채를 반쯤 펴 가볍게 들었으며 종아리엔 가쁜하게 행전을 쳤고 두 발은 발막신을 신어 슬쩍 등자에 걸쳤다. 그런데 선비가 가던 길을 멈추고 흘낏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선비 앞에 보이는 거라곤 한 줄기 좁은 길과 길가에 선 버드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잡풀 무더기뿐이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작품에서 아른거리는 봄빛과 봄물이 느껴짐은 무슨 까닭일까. 오라 윤곽선 없이 그린 버드나무 때문인가? 단단히 든 봄물이 버드나무 잎새마다 물들어 능청거리는 곡선을 그었을 뿐 아니라 툭툭 무심하게 그은 붓끝을 보니 정녕 화가의 가슴에도 봄빛이 들었음이다. 게다가 새소리도 들리고 작품에 제시(題詩)까지 붙어 있다. 단원 김홍도(1745-미상)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풍경이다,

사실 저 선비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 간송미술관 주관 전시회서였다. 자세히 알고 본 게 아니다. 그냥 좋아서 볼 때니까. 아닌 말로 단원 김홍도 작품이라니까 그냥 본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단원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가 한 작품이 아니라 제목이 같은 병풍과 족자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 1795년에 네 쪽짜리 병풍에 그렸고 5년 후 족자에 같은 제목으로 그림을 남겼단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같은 제목으로 그렸건만 느낌이 다름은 왜일까.

먼저 병풍 작품은 복잡한 주위 풍경 때문인지 시선이 흩어진다. 반면 족자 그림은 주위가 생략되니 단순하고 여백이 많아지면서 선비가 돋보인다. 즉 공부가 위주인 양반은 상체를 길게, 하인은 일이 위주이니 하체를 길게 그렸다. 이 말은 당시 관람자의 시선이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왼쪽으로 향해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작품의 중심에 주 인물을 두어 시선이 집중하도록 그렸다는 점이다. 이것으로 당시 사람들의 가치 기준이 남의 시선이나 말에 좌우되지 않고 오로지 우리 자신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역시 선비의 시선이다. 선비가 굳이 가던 길을 멈춘 게 단지 꾀꼬리 소리 때문이었을까. 문득 선비의 시선 위에 에드워드 호퍼(1882-1967)가 그린 '푸른 저녁'에 나오는 7인이 오버 랩 된다.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7인과 선비의 시선은 마냥 다르다. '푸른 저녁'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각기 다른 시선이었다. 심지어 주문자조차 말은 하는데 시선이 다른 곳에 있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기도 하다.

건성으로 말하고 건성으로 답하고 건성으로 대충 생각을 얼버무려 버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당황하는 건 듣는 척하는 건성 경청자가 아니라 화자이다. 이에 비하면 조선의 선비는 가던 길을 멈추고 새소리를 듣고 있다. 혹 떠나간 정인을 생각하는 걸까. 아님 생명의 소리를 듣고 있는 건가. 선비의 여유와 심성을 엿보게 하는 단면이리라.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내게 건네는 또 하나의 포인트라고 느꼈다. 그 이유는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선비의 행동에서 그의 인성과 가치관이 얼비춰졌기 때문이다.

듣는다는 건 한 곳, 한 대상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소리든, 사람 소리든 상대에게 귀와 마음이 열려 있다는 말이다. 이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려는 나를 낮추고 상대를 향하는 것이니 어찌 겸손해지지 않을까. 선비에게서 화가 김홍도를 매치시켜 본다. 거문고와 시와 그림을 즐기던 단원이다. 자연과 인간의 소리를 경청하는 그이다. 그의 마음에 차오른 봄물이 내게로 콸콸 쏟아진다. 봄의 뭇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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