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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그 사람의 황금기라는 말에는 특정 색이 들어 있다. 구스타브 클림트도 자신의 황금기에 그린 '바우어 부인의 초상'에 이 색을 온통 도배질 하다시피 칠했다. 금색이란 걸 금세 알 것이다. 금색은 금의 이미지로 올린 것이다. 동시에 인간의 삶과 연관이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런데 흔한 대상은 아니기에 갈망의 대상이기도 하며 나아가서 인간의 욕망과 밀접하다. 그 갈망의 대상을 금색에서 떠 올리는 건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금(金)은 라틴어로 'Aurun' 즉 빛나는 새벽이란 뜻의 어원을 갖고 있다. 이것은 금 특유의 광채와도 연관이 있어 고대 이집트인과 잉카 제국은 금과 연관시켜 신성시 생각했으며 금이 사후 불멸의 삶을 준다고 생각하여 신전이나 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성서에서도 금은 지혜와 사랑과 같은 인간적이며 영적 가치들과 연관된 최고의 상징가치로 여긴다. 자연히 영적 특별한 갈망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갈망은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 역사적 종교적 정치적으로 금이 최고라는 믿음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든 금이 믿음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이 그것을 단지 물질적 가치로만 여길 때는 믿음이 아니라 재앙을 가져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면 금의가치가 사람보다 우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에 대한 욕심은 왕권을 부흥하게도 했지만 지나칠 때는 왕을 타락하게 하고 혼란에 빠지게 하지 않았던가. 이 모두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헌신은 욕심 시기 탐욕 등의 더 비열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비근한 예로 손을 대는 모든 것이 금으로 바뀌기를 소망했으나 그 결과 생물을 죽이고 먹을 수도 없게 된 미다스 왕의 신화나 황금을 소재로 한 뭇 동화에서도 교훈이 담겨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욕망을 잠시나마 이완해주는 게 금색이 사람에게 건네는 최면 상태일 거라는 생각이다. 정신의학자들은 정신을 잃게 만드는 게 최면이 아니며 우리 일상 도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최면은 일어난다고 한다. 감명 깊은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거나 할머니가 배를 문질러 주시면 아픈 게 낫는다는 믿음 또한 최면이라 설명한다. 그것은 조종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영화를 보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금색에 대한 최면이 자연스런 이유는 이와 비슷하다. 금색에서 금을 떠 올리는 건 순전히 내 의식으로 되는 것이다, 물론 금에 대한 부정적인 잠재의식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럴 땐 금과의 소통은 되지 않을 것이다. 내 의식은 자신을 지키려는 자기보호 보존기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해치는 어떤 암시도 받아들이지 않는단다. 그러니 금에 대한 긍정적 의식일 때 금색은 갈망의 대상인 금에 대한 부드러운 최면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금에 대한 내 의식은 내겐 먼 그대이며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려 있던 금별 장식에서 아직도 서성이고 있다. 참으로 유아적이며 무심 상태라 하겠다. 어차피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대상이지 않은가. 금이 좀 더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인 중의 일부라는 것만 인정하면 될 것이란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색은 내게 내 안의 유혹을 다른 시선으로 안내하는 부드러운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했던가. 욕망과 갈망이 마음과 몸을 힘들게 하더라도 속상해 하지말자. 인간이면 다 겪는 고통이라 생각하자. 그럴 땐 잠시라도 저만치 밀쳐 두고 좋은 그림 좋은 음악 좋은 책에 가까이 가보자. 그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소리와 찬란한 색과 맑고 깊은 영혼의 울림에 빠져보면 어떨까 싶다. 부드러운 최면은 우리 일상에 널려 있다. 단 금색이 금은 아니라는 사실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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