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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추상적인 그림보다 단순한 그림이 부담이 없고 편하다. 복잡한 지식의 맥락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그런 편한 그림을 만났다. 2023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존(現存)하는 20세기 마지막 거장, '앙드레 브라질리에'(Aandre Brasilier)전에서였다. 프랑스 태생으로 샤갈 마티스 고갱의 계보를 잇는 낭만의 색채 마술사라고도 알려져 있다. 올해 94세로 한 번 붓을 잡으면 12시간까지 그림을 그린다는 열정의 화가다.

내겐 낯선 이름, 앙드레 브라질리에(Aandre Brasilier). 120여 작품의 첫인상은 단순함이었다. 전시실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전시실을 들어서자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악과 관련된 작품이 펼쳐진다. 실제로도 그는 양복을 단정히 입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린단다. 이어 다음 전시실에는 그에게 첫 모델이었던 말(馬)이 주제다. 말(馬)은 자신의 영감의 주제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중요한 테마란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말에게서 생명력과 생산적인 힘, 역동성과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마지막 주제는 아내인 샹탈을 올렸다. 아내 역시 영감의 원천이며 자신의 영원한 사랑이라는 고백이 담겨 있다.

그의 대부분 작품 모두 내용도 색도 복잡하지 않다. 복잡하지 않으니 쉽게 이해가 가고 무엇보다 일단 부담스럽지 않다.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건 감상자가 주체가 되어 편하고 자유롭게 그림과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화가의 작품에서 그걸 느꼈다. 더구나 작가는 관람자에게 색의 조화로운 배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우쳐 주고 있다. 사실 브라질리에 작품은 같은 낭만파류인 샤갈처럼 몽환적이거나 구성은 단순하나 이해가 쉽지 않은 마티스의 그림과는 다르다. 그들에 비해 브라질리에(Aandre Brasilier)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이며 평범한 일상을 포착해서 나타냈기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근하게 느낀다는 건 그림과 친해지고 싶은 초보 감상자에게 어떤 면에서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더구나 낯선 이름의 화가다. 나 역시 초보자이기에 궁금증, 호기심으로 관람했다. 다행히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까다롭게는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요인을 두 가지로 생각했다. 첫 번째로 그와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있으며 각자의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사실적 공감이다. 또 하나, 사실적 공감을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한정된 색으로 표현했기에 쉽게 이해가 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화가는 그 포인트를 색과 색의 조화로 표현했고 이야기했다고 보았다.

그림으로 보는 그와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평범하다. 브라질리에는 삶을 누구나 알기 쉽게 몇 가지 색만으로 그렸다. 몇 가지 색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 색은 파란색이었다. 그는 파란색을 마음과 꿈의 색이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해서 많이 그렸고, 그릴 때 행복하단다. 뿐만 아니라 말(馬)도 그렇단다. 어찌 보면 그는 말의 생동감 생명력을 파란색으로 표현해서 자신의 생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건 아니었을까. 그는 캔버스에 파란 말 붉은 말 파란 말 등으로 나타냈다. 말을 통한 생명에 대한 열정적 꿈을 나타낸 건 아닐까. 그리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건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 기막힌 건 그 상상력을 지배하는 색을 매개로 관람자에게 눈짓하는 듯, 또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멈추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듯 유인하고 있는 듯 순간순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실이 단순하듯 본질도 복잡하지 않다. 그의 작품에서 그림의 본질인 관람자로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무엇보다 단순하기에 즐겁고 개운하다. 마치 모든 것을 비운 한 영혼이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가지 색만으로 단순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나와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살수록 생각도 몸도 단순해지고 그래서 홀가분하고 즐겁다. 단순함 속에 생의 기쁨이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화가는 단순한 삶이야말로 행복이란 걸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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