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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차 운전을 안 한지 십년이 훌쩍 넘었다. 안전을 위해서였지만 실은 아슬아슬 운전과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뻔했던 큰 사고를 겪은 후 자의반 타의반 접게 되었다. 지금도 그 때를 돌아보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럼에도 가끔씩 계속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처음 그 차를 마주 하던 날 얼마나 즐겁고 설레었던가. 섬세한 디테일에 존재감, 고르고 골라 선택된 화이트칼라. 단순한 흰색 하나 고르는데 한참을 망설였었다.

요즘 자동차는 과학적이고 고도화되어 있다. 그게 기본으로 장착된 상태라고 봐야한다. 기본이 해결되면 어디로 가는가. 기호욕구로 넘어가게 된다. 좀 더 아름답고 쌈빡한 뭔가를 탐하고 연구하게 된다. 이 뭔가를 충족시키는 중요요인이 차체의 색에 달려 있단다. 차 생산 작업에서 마지막 도색작업이 이토록 중요한 포인트인 줄 처음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포드자동차의 독주가 이어지는 동안은 타 자동차 업체들도 색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몇 십 년 동안 많은 설문조사에서 자동차의 색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중요한 선택 기준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브랜드나 모델 성능 디자인 혹은 다른 특징들을 제치고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기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실제로 자동차를 구입할 때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색깔이다. 기본으로 성능도 디자인도 굿인데 어떤 색의 차를 선택해야 더 멋있고, 폼나게 보일까 하는 고민일 게다. 왜냐면 어떤 색을 고르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효과와 차의 가치가 달라 보이고 사람도 달라 보이니까.

이 망설임을 확연히 볼 수 있는 장소가 판매 대리점의 안락한 테이블 앞에서다. 막상 현장에 가면 판매자의 세세한 설명과 노련한 말솜씨에 나도 모르게 긍정의 눈빛을 반짝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판매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좋아하는 몇 개의 한정된 색을 권하고 고르는 단계로 가는 패턴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선뜻 고르지를 못하고 뜸을 들인다. 때론 몇 번의 번복과 반복을 거쳐서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설명을 들으면서 전이 되거나 원래의 자신이 정했던 색 대신 권하는 색으로 결정하는 형태를 종종 보게 된다. 왜 자신이 좋아하고 생각하는 색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가. 이 배경엔 차 문화의 주류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은 심리와 그 문화에서 자신의 존재를 차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욕구심리도 한 몫 하리라 생각된다. 1920년 대부터 포드자동차가 몇 십 년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던 검은 색 자동차는 포드의 상징적 색으로 관념적일 만큼 고객들의 머리에 남아있다. 이 또한 검은 색이 건네는 신사의 이미지, 근엄하고 점잖은 멋진 이미지로 마케팅 할 수 있었던 회사의 판매전략이기도 했다.

색이 상징하는 바는 언제나 문화적이다. 그것은 장소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게다가 새로운 가치체계에 부응하기 위해 전도되거나 스스로를 위반하는데 그게 그 시대의 문화다. 진실한 가장이나 존경받을 만한 공증인이 분홍색이나 보라색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자신이 성실하고 신뢰받을 만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규범을 벗어나는 호사스러움까지 지녔음을 보여주는 방법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활성화 하거나 부족함을 커버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게 색이니까 마냥 자신만을 고집할 수도 무조건 따라 갈수도 없다.

살아 있는 한, 수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고른다는 것. 이게 좋을까 저게 더 좋을까. 가야할까 멈춰야 할까 이 디자인이 좋을까 저 모양이 더 어울릴까. 같은 디자인 같은 색깔이라도 나에게 맞는 색이 따로 있다. 그걸 고른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게 일상의 문화와 삶의 철학이 다른 점이다. 삶의 철학은 자신의 가치를 일관되게 관철할 수 있지만 일상의 문화는 자신만의 고집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색 고르기는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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