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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토리를 듣고 보고 말하고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통 이야기로 둘러 쌓여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스토리는 그 어느 이야기보다 더 흥미롭고 드라마틱하다. 왜냐면 이 드라마의 본질이 사람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야기는 불특정, 무한대다. 어느 주제가 이토록 깊고 넓고 영원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향한 이야기. 오늘은 중앙박물관을 찾아 그림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한국- 영국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작품 앞이다. 바로크 거장인 카라조바로 부터 렘브란트, 모네, 마네 세잔 등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던 자리로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들을 압축적 구성해 놓았다. 더구나 주관이 정부가 아닌 갤러리들이 주체가 되어 작품을 내놓았다. 왜 그들은 이토록 적극적 전시를 하는가. 왜 그들은 한 권의 역사책 대신 예술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기억하려 하는 걸까. 이 전시는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려는 그들의 노력의 한 단면을 보여준 건 아닐까.

사실 이번 영국전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 나라의 국격과 그 시대 사회상, 영광, 아픔의 흐름이 나타나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영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문화재를 아끼고 미술품을 잘 보존하고 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표적으로 영국이 유산세를 도입했을 때 세금 대신 작품으로 낼 수 있게 한 점이다. 왜 그랬을까. 문화재나 미술품이 해외로 유출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단다.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림을 단순하게 보지 않음은 물론이고 그림을 역사의 흔적으로 보았고 잘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증거로 존싱어 사전트의 '와인잔'이 걸려 있었고 그 외 존컨스터블, 풀 세잔 등의 작품도 소장가들이 세금 대신 낸 작품들이다. 이 역시 그 시대 영국 사회상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품이 그냥 사치품이 아니라 역사라는 인식을 철저히 알고 지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영국이라는 나라가 왜 그림을 움직일 수 없는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지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 편을 말하련다. 유럽에서의 종교는 르네상스 이후에도 역사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종교개혁이 발발하고 신이 인간의 삶에 주가 되던 시대에서 인간 중심으로 옮겨 갔지만 여전히 신은 인간의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작품들에 나타나 있다. 여전히 신을 경모하는 라파엘의 '성모자'와 사소페라토의 '기도하는 성모상'이 있는가 하면 종교적 메시지는 밀리면서 신(神)대신 부유한 상인이 부각 되는 요아힘 베케하르의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가 그려져 있는 작품 '4원소'가 대형으로 걸려 있다. 종교개혁 이후 유럽의 종교변화를 알 수 있다.

또 안토니 반 다이크의 '존스튜어트와 버나드 형제' 그림이다. 그냥 보면 평범한 그림 같이 보이지만 이 그림에도 역사가 연결되어있다. 이들은 영국 최초로 처형당한 찰스1세의 친척들이다. 당시 10대였던 귀족 청소년으로 고급스런 옷차림과 당당한 자세가 눈에 띈다. 하지만 왕당파와 의회파의 알력으로 왕당파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터로 나갔으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렇듯 스치듯 지나가면 그냥 그림이지만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보면 역사가 담겨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오늘 전시가 다른 전시보다 달랐던 건 그림에도 역사가 명징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준 점이다. 사람의, 사람을 위한, 사람이 중심이 된 사람을 향한 이야기. 그들이 쌓아가는 쌓여 있는 이야기가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는 미술작품이 단순히 예쁘고 사치스러운 것이 아닌, 과거가 남긴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기에 선진국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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