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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27 15:47:04
  • 최종수정2016.11.27 15:47:04

홍성란

"벽난로 위에 있는 두 자루의 촛대를 코제트에게 유증합니다. 그것들은 은이지만 나에겐 금이고, 다이아몬드요 그것들은 거기에 꽂아놓는 초를 거룩한 큰 초로 변화시켜요 그것들을 내게 주신 분이 저 위에서 내게 만족하시는지 어떤지 나는 몰라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소. 내 아이들아, 너희들은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 다오."

오랜만에 꺼내든 소설『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 장발장이 남긴 말을 읽고 또 읽는다.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소설 『레미제라블』은 뜻 그대로 급격한 산업화와 프랑스혁명으로 혼미한 시기에 살았던 장발장이란 한 인간을 중심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불쌍한 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예수가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어 가는가 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 인간의 시각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근시적인가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영혼이 썩어있어도 좋은 옷 좋은 집에서 넉넉하게 살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무식하고 가난한 장발장은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는 굶주리는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친 죄로 19년을 죄수로 살다 나온 후, 미리엘 주교를 만나 선(善)의 세계로 들어서지만 운명은 그를 죄수로 내몰고 만다. 그의 운명은 저주적이라 할 만큼 가혹하다. 그럼에도 미리엘 주교가 건넨 감화의 촛대에 자신의 영혼을 올리고 불을 밝히기로 약속한다. 그 첫 번째로 코제트의 생모 팡틴과의 약속을 지킨다. 코제트를 학대의 굴레에서 구하고 자신의 곁에서 사랑으로 보듬는다.

그는 코제트와 살면서 희생 속에서 사랑이 피어남을 알았고 태어나 처음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나 생의 길목마다엔 엄혹한 시련과 갈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피하지 않았음은 물론 희생으로 묵묵히 헤쳐 나간다. 눈보라 치고 바람 불어도 영혼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마들렌씨라 불리며 도시를 부흥시켰고 존경도 받았다. 검소함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가 하면 자신을 닮았다는 이유로 죽게 된 죄수를 구하기 위해 재판장으로 달려가 진짜 범인은 자신이라고 밝힌다. 다시 죄수가 된 그는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던 자베르 형사를 죽음에서 구해낸다. 그리고 그의 전부요 생명이었던 코제트에게서 떨어져 살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의 마지막 희생이 완성된다.

지금 읽어도 뭉클함 그 자체다. 책을 덮었는데도 장발장이 내 앞에 서 있는 듯하다. 비록 겉은 남루했으나 그의 영혼은 거룩하여라. 무식하고 가난하다고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지식은 배우면 되지만 영혼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장발장에게 두 자루의 촛대는 그를 변모시킨 어떤 존재의 상징이다. 그런데 아무리 촛대를 건넸다 해도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비운다는 건 가난한 마음이란 건데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쉽게 생각하련다. 적어도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산다면 조금은 가난한 마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날 주위를 둘러보면 현상의 겉에 속아 영혼을 팔고 양심을 속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채울 수 없는 게 인간의 마음이란 걸 알고 있다면 성공이란 게 참 끔찍한 것이라는 것도 간과하면 안 된다. 진실의 가치와 성공의 허울뿐인 유사성이 사람들을 속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실체가 보였음에도 모르거나 보이지 않을 수 도 있다. 또는 허울에 속을 수도 있다. 문제는 알고도 모른 척 한다는 데 있다.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양심의 촛대에 의해 불이 밝혀지고 어둠을 밝혀 왔다. 늘 그래왔다거나 옛날이나 있었다고 생각하는 한 세상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빵에 굶주려 죽는 사람보다 더 불쌍한 사람은 빛에 굶주려 죽는 영혼이라는 말이 있다. 장발장이 자신을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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