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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그때는 보이지 않고, 지나쳤던 것들이 오랜 후에 보일 때가 있다. 그림도 그런 것 같다. 젊은 뭉크만을 보았던 그 때, 내 머리에는 불안과 우울 죽음으로 드리웠던 독특한 화가라고만 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2014년 처음 만났던 애드바르드 뭉크(1863-1944)의 작품을 꼭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같은 화가, 같은 장소, 같은 작품들이라 낯설진 않았지만 140여 점의 작품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전과는 또 다르다. 왜였을까.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막한 '뭉크' 전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그림은 뭉크의 젊은 자화상이다. 전시의 마지막 역시 뭉크의 늙은 자화상으로 끝맺음으로서 이번 전시는 뭉크로 시작해서 뭉크로 끝났다. 물론 기획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뭉크의 대명사이기도 한 '절규'를 탄생하게 한 젊은 뭉크의 불안한 눈빛과 늙은 뭉크의 해맑은 얼굴은 독자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 생각된다. 특히 여든 살 늙은 뭉크의 얼굴에서 참 편한 느낌을 받았던 건 우연만은 아니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 본 섹션은 섹션4 '생의 프리즈'다. 이건 뭉크의 작품을 테마 순서에 따라 띠 형태로 늘어놓은 것이다. 전 전시에서도 나왔지만, 이 테마는 뭉크만의 전시 방법으로 세계에서 오직 오슬로 미술관만의 전시다. 뭉크는 전시를 마치 생로병사를 겪는 인간의 삶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여기엔 그가 실제로 경험했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안 사랑 이별 질투 등과 니체 입센 등 철학자나 시인들과 교류한 정신적 바탕이 내재 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그의 그림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수없이 해왔음을 다시 확인한다. 말하자면 그의 생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지나친다면 그가 평생 불안하게만 산 화가로 고착될 우려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의 프리즈'는 뭉크의 삶을 그린, 그래서 그를 이해하게 하는 일기다. 그렇다고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겪는 생과 사의 이야기다. 굳이 차별화한다면 그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죽음을 목도 했고 그걸 이겨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의 그림에 나타났듯이그의 유년 시절은 검은색 위주의 어둡고 불안함과 우울, 죽음이 묘사되어 있다. 더구나 어머니를 잃고 다시 누나를 잃은 작품 '병든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여러 장 그릴 만큼 삶에 강렬한 영향을 끼쳤다. 작품 '세시기'에도 젊은 여인과 늙은 여자의 모습을 나타냄으로써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한 생이라고 늘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슬픔에 빠져 나오지 못했다면 어떻게 오늘날의 뭉크를 기억할 수 있을까. 그는 화가이기 전에 신중한 인간이었다. '생의 프리즈'가 일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유년기부터 노인이 되기까지의 생노병사 희노애락의 감정과 일들을 그림에 남겼다. 작품 '키스 마돈나 뱀파이어 멜랑콜리' 등 대표적인 작품에서 젊음의 열정과 본능 사랑 이별을 그려 공감을 불러 일으켜 관람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니 그런 점이 불안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림에 나타났듯, 인간에게 있어 산다는 건 어쩌면 불안과 고독 속의 연속일지 모르겠다. 게다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이 항상 곁에 따라다닌다. 세익스피어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고. 그렇다면 뭉크는 어쩌면 생과 사의 고뇌를 일찌감치 알아챈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복잡해져가는 문명 속 현대인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공감이 대표적으로 표출된 게 '절규'이고 여태껏 사랑받는 이유 일 게다. 80의 늙은 뭉크의 얼굴에서. "모든 시름의 시간을 보내봤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요"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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