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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바다는 온통 짙은 잉크 빛이다. 그랬다. 그 바다, 잉크 물빛으로 시를 쓰면 온몸이 바다 물에 물들어 모든 걸 버리고 바다냄새에 취해 살 것 같은 수줍은 듯 숨어 있는 작은 항(港). 가을 저녁, 빛은 생각보다 일찍 흩어지고 이내 어두워졌다. 잉크 빛 바다가 어둠 속으로 검게 내려앉는다. 캄캄한 밤하늘엔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한데 밤이 깊어갈수록 빛을 따라 별 밭 속으로 자꾸만 걸어간다. 도시에서는 여간해서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던 별과의 맑은 시간이다.

육안으로 5천개는 볼 수 있다는 별이 도시에서는 기껏해야 100개가 보인다니까 그럴 만도 했다. 실제 별의 개수는 7다음에 0이 22개 붙는 숫자로 7조 곱하기 1백억 개라고 과학자들은 가늠한단다. 2050년 전망대로 세계인구가 100억 명에 달한다 해도, 별의 개수는 사람보다 7조나 배가 많은 셈이다. 알고 보면 별은커녕 모래알보다 적은 게 사람이라니. 그 중의 한 사람 나란 존재가 인공의 빛이 아닌 밤다운 밤에 저 맑은 별빛을 보고 있으니 어찌 뭉클하지 않을까. 더구나 감사하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도시의 빛은 과다하게 밝고 환하다. 빛이 어둠을 가려 그러하다. 그러다보니 밤이 밤일 수 없게 되었고 생생한 별빛을 바라보기가 어렵다. 이젠 인공의 빛이 공해가 되었다. 뿌연 공기 속 에서 별빛은 선명하지 않다. 도시에서 진정한 별빛을 보려면 인공의 빛을 꺼야 하리라. 빛이 식물의 생장을 가로막고 사람들의 시력을 떨어뜨리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밤새 환한 조명이 수면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제해 숙면을 방해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과도한 인공 빛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다. 그래야 좀 더 별빛을, 무엇보다 사람의 빛을 제대로 볼 수 있을 터이다. 삐까 뻔쩍한 겉의 인공 빛이 아닌 눈동자에서부터 나오는 별빛 말이다.

빛은 이중성을 띈다.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이 그것인데 삶 또한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가며 빛은 점차 사라지기에 십상이다. 눈빛이 어두워지고 얼굴빛이 칙칙해진다. 세수하지 않아도 티셔츠 한 장만 걸쳐도 빛나던 얼굴이 더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좀체 빛의 착시를 내려놓지 않으려한다. 좀 더 젊게 폼나게 갖가지 광내기에 치우친다. 다시 말해 빛내기에 몰두한다. 그러나 먹고 바르고 걸치는 것에서 근본 처방을 찾을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노화가 겉의 문제이기에 앞서 안의 문제라는 걸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을 섭취하며 산다 해도 나 자신을 잃는다면 천하를 정복한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마지막 길에선 기억이 아닐까. 나에 대한 기억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존재를 기억하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나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사는 동안 누구든 제 가슴에 하나씩의 별을 품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빛을 발하려 많은 시간과 열정을 불태운다. 별을 품는다는 건 꿈을 잃지 않는다는 것. 꿈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한 영혼의 고결한 몸짓이다. 그 몸짓은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내부에서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라고 한 슈바이처 박사의 말도 새겨볼 일이다. 바다 빛이 깊어간다. 내 인생의 빛은 어떤 빛깔로 물들어 있는지, 지금 내 안의 불빛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내 안의 빛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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