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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조흔색이란 게 있다. 이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과학 상식 책에서였다. 조흔색이란 단어는 얼핏 좋은 색이란 이미지로 읽힌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암석과 관련된 단어다. 풀이하면 암석을 이루는 알갱이를 광물이라 하는데 이 광물이 가진 고유의 색을 조흔색이라 한다. 세상만사 그러하지만 무심히 보이는 돌에도 겉과 속이 있다는 얘기다. 읽을수록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광물의 종류도 4천여종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지질, 광물이라는 단어는 학창시절 언뜻 들었지만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더구나 이 단어를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 단어들이 사람세상과 멀리 있느냐 그건 아니다.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에게서 땅의 역사 인류의 역사를 알았고 알아가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한낱 암석, 땅덩이가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도 겉과 속이 있고 고유한 그들의 색이 있음을, 삶이 있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조흔색이란 것도 어쩌면 이미 우리가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런 기회가 어쩌다였든가 지나쳤을 뿐일 것이다. 일례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금과 겉으로 봐선 금 같은 황철석인 경우를 떠올려보자. 두 광물은 겉보기에 노란색이지만 가루의 색은 전혀 다르다. 금은 겉과 속이 노란색이지만 황철석은 겉은 노란데 반해 가루는 검은색으로 분명히 다르다. 또 겉보기에 금색인 황동석도 녹흑색이 그의 조흔색이다. 물론 조흔색과 겉보기가 같은 석영이나 석고도 있으나 대개 암석은 다양한 광물체들의 집합체이다.

그렇다면 이 다양한 광물들을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는가. 광물에서 조흔색을 알아보는 손쉬운 방법은 초벌구이 자기 판인 거친 조흔 판에 긁어서 나오는 가루의 색으로 종류를 감별하는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어느 시골마을에 금이 나왔다 해서 리포터가 현장을 찾아 인터뷰하는 장면이 방영된 적이 있다. 헌데 지질조사를 해보니 황금으로 알고 있던 광물은 다름 아닌 황철석이었다. 겉과 속, 생각하면 어찌 광물뿐이겠는가.

겉은 황금인데 조흔색이 검은 색으로 나오는 황철석인 경우는 어쩌면 사람에게도 해당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광물의 조흔색을 판단하는 것처럼 사람을 판단하는 조흔판도 있을 수 있을까? 광물의 조흔색은 조흔판으로 감별할 수 있지만 과연 사람 속을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설령 꿈처럼 있다 치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 조흔판은 크기도 거칠기도 제각각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긁히느냐에 따라 조흔색은 변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나의 조흔판에 그 사람이 긁히고 그 사람의 조흔판에 내가 긁혔을 때 서로의 조흔색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광물의 조흔색도 때론 감별하는 사람의 위치 날씨 빛깔 굳기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하물며 인간사에 있어서의 조흔판은 어쩌면 각자의 보는 시각과 마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헤어지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조흔판에 대고 서로를 긁는지도 모른다. 정말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조흔판에 긁을까?

의금상경(衣錦尙絅)이란 말이 있다. 비단옷을 입고 엷은 홑옷을 덧입는다는 말인데 왜 홑옷을 덧입느냐, 화려한 문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려주기 위해서다. 인간세상으로 말하면 한 눈에 화려함은 잠시 눈을 끌 수 있어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말. 곧 그의 조흔색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군자의 도는 은은해도 날로 빛나고 소인의 도는 선명하나 나날이 시들해진다. 가려줘야 싫증나지 않고 덮어줄 때 은은함은 더 드러날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인간에게서의 조흔판은 자신이며 자신의 조흔색을 '어떻게 닦느냐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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