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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대만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녀들을 만난 것은 타이베이 공항 로비에서다. 패키지여행이어서 내심 어떤 분들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만남의 설렘도 없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여고동창인 8명과 4명의 다른 개인이 모여 12명이다. 그런데 모두 꽃밭이다 보니 음양의 조화를 기대했던 건 나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젊은 남자 가이드가 나타나자 중년여인들은 훈남이라며 우렁찬 박수로 환호했고 일일이 악수로 반가움을 표하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일행은 유명한 장소를 돌고 돌았다. 가는 곳마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함께 움직이다 보니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들어오고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소리는 들려왔다. 첫날 내 눈에 비친 그녀들의 모습은 감동자체였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관포지교는 아닐지라도 지란지교쯤을 연상했다. 요즘처럼 메마른 세상에 40년 우정을 이어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해 8명이 배려하고 희생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실제로 서로를 챙겨주었으며 그들의 말투는 다정했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주 만나야 얘기 거리가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소하고 세세한 가정사를 이 잡듯 들춰내며 하하 호호 무궁한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그날 저녁 까지만 해도 내 시선은 그랬다. 아름다운 풍경만이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그러하지만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때문에 그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우정이 어떤 것인지에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떻든 그녀들은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차를 타면 자리를 돌려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지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생활사까지 밝히며 서로간의 친밀함을 드러냈다. 그뿐이 아니다. 한 여인은 한국말 대신 영어실력을 뽐내었고 그때마다 친구들은 유머로 추임새를 넣어주며 도닥여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동행의 네 사람에게 개운치 않은 무엇이 슬슬 피어나고 있었다.

이튿날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2시간 30분 동안 한 공간에서 일반 승객과 함께였다. 그럼에도 그녀들만의 세상은 계속 되었다. 참다못한 기차승무원이 와서 제지를 해도 그때뿐 그녀들의 입은 닫히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풍경 감상을 포기하고 귀에 레시버를 꽂고 음악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말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귀안으로 들려오는 음악과 혼합이 되어 도저히 집중 할 수가 없었다. 돌아올 때는 이미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껄임으로 들리기 시작했고 소음으로 생각되어졌다. 어떻든 마지막 날 헤어지면서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히 아니라며 그녀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런데 한 여인이 그간 너무 시끄러웠죠라며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이야기했단다. 순간 지독히 이기적 말씀에 어이가 없어 그녀를 뻔히 쳐다보았다.

돌아와서 저장 된 사진을 꺼내보며 생각한다. 사진 속에 다정한 그녀들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여고생에서 황혼길의 60 아줌마가 될 때 까지 그녀들을 이어 준 끈이 얼마나 단단하고 질길 것인가라고 이해한다. 그래 그럴 수 있다. 한 여인이 한마디씩 만해도 여덟 마디가 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오랜 우정의 여인들이다. 그런데 그녀들이 한 가지 잊은 게 있었던 것 같다. 8명의 여인에게 동창모임이 그들만의 세상이듯, 우리 또한 누군가의 세상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나의 세상만 알고 그들의 세상은 알려 들지 않는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가을, 여행이 잦은 철이다. 잘 다녀오시길. 잘 다녀오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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