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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수저 놓기가 아쉬운가보다. 나물을 새파랗게 무쳐놓았더니 단숨에 두 접시를 비운다. 시금치를 별로 여기던 딸아이도 달고 맛나다며 젓가락을 놓지 못한다. 그제 이웃 분께서 당신 밭에서 자란 거라며 비닐봉지에 넣어 오신 노지시금치다.

"시금치 맛이 제일 맛날 때가 겨울이잖아요 노지 시금치라 하우스에서 기른 것 하고는 차이가 있어요. 더 추워야 맛있는데 암튼 잡숴 봐요"

한참 블루베리가 건강에 좋다고 함빡 관심을 받을 때다. 핀란드산 블루베리에 노화를 예방하고 발암을 억제하는 안토시아닌이라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농가에서도 특수농작물 재배의 일환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배를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못한 듯하다. 왜였을까. 식물학자들의 연구결과 블루베리는 서늘한 한랭지대에서 자라야 보랏빛 열매 속에서 안토시아닌을 만들 수 있단다. 다시 말해 춥고 어두운 그늘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안토시아닌을 만든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고생'을 견뎌낸 '덕'이라는 얘기다.

시금치에 설탕 주사를 놓는다고 단맛이 날 수 없듯. 귀한 보호에서 안토시아닌이 만들어 지진 않을 것이다. 설사 누구의 도움으로 만들었던들 스스로 만들지 않은 안토시아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겉만 비슷할 뿐 가짜라는 게 바로 들통이 나게 되어있다. 세상은 어찌 보면 어수룩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호락하지도, 그럴 수 도 없는 정보 첨단 세기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젊은이들이 연약해져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캥거루족 이니 마마보이 하는 말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고생을 모르고 온실에서 살아온 덕(?)일 지도 모른다.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이나 옷 한 벌의 귀중함은 차치하고라도 자신의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찾아가지 않는 아이들과 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니트 족이 늘어난다는 현실이 씁쓸한 요즘이다. 생각하면 그들만 탓해선 안 되리라. 안토시아닌을 만들 수 없게 보호 양육하는 어른과 스스로 만들어 가는 토대를 받쳐주지 못하는 사회 환경이 이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시골집 울안을 둘러보다가 한 생명을 만났다. 녹고 다시 어는 텃밭 한 귀퉁이에 칼칼한 여정(餘情)을 이총 이총 꾸며 놓은 시금치들. 한 겨울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인내해 가는 그들에게서 생명의 결기가 느껴진다. 낮엔 열심히 햇빛을 받아들여 몸속의 수분을 없애야 만이 살 수 있단다. 그러려니 눈보라와 찬바람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시련의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고. 대신 추위 속에서의 고생의 덕으로 자신만의 안토시아닌인 단맛을 만들 수 있다. 재배 시금치가 노지 시금치를 따라 잡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확이 끝난 겨울 밭은 비어있다. 밭고랑 사이로 떨어져 있는 배추 잎들이 뻣뻣하게 얼어있다. 가만 배추 잎을 들춰본다. 겉은 얼어 있지만 흙속엔 지난여름 농부가 흘린 땀과 정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흙을 조금 헤쳐 만져보니 포실한 흙의 온기가 느껴진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그냥 말이 아니지 싶다. 역시 농사는 정직하다. 일 할 곳을 찾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는 기사를 오늘도 본다. 요령이 통하지 않는 정직한 사회가 되어야 1%만 잘사는 사회는 되지 않을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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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