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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작가

4월에는 차마 부를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4·19혁명과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 된 젊은 영혼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우리 곁에 있던 아들. 딸이요 형이요 조카이기도 했다. 어찌 통증 없이 그들을 부를 수 있을까. 어찌 그들 앞에서 당당하다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들의 죽음이 생명의 죽음만을 의미한 게 아니라 산자(生子)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작년, 진도바다에서 들려오는 해맑은 영혼들의 절규는 오늘도 채찍처럼 우리 가슴을 때리고 있지 않은가.

어느 새 1년 이라니. 찢어지는 아픔이 아물 기엔 너무 이른 지금, 생떼 같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심경을 우린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그나마 갈팡질팡 속에서도 사건의 조사와 유족들에 대한 후속대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주의의 속성인 거대한 탐욕을 어떻게 지혜롭게 헤쳐 나갈지는 모르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리라 믿고 싶다. 다만 참사 이후 우리에게 달라진 게 있는가라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안타깝게도 아직 세월호와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은 바다에 남아있고, 상당수 국민들은 이 참사를 서서히 잊혀가고 있는 중이다.

선행학습이 있으면 다음 학습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간다. 그런데 우린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여전히 잘못된 학습을 반복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근본요인이 무얼까. 물질적 문명의 속성인 이기심과 탐욕에 잠식되어 인식조차 무뎌져 있는 건 아닐까. 사건이 터지면 잠시만 반짝인다. 머리와 가슴이 변하지 않으니 도로 아미타불이다. 변하려면 죽어야 하는데 탐욕과 이기심을 죽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과 사의 경계가 흐려졌는지 모른다. 어려웠던 지난 시절, 우리에겐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있었고 옳고 그름이란 게 존재했었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일상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아니, 부끄러워하면 소극적이라거나 현실을 모르는 바보로 치부해 버린다. 오히려 당당한 척 거짓 속내를 포장하는 사람이 큰 소리 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톨스토이 소설 '부활'에는 주인공 네흘류도프가 젊은 시절 지은 죄를 참회하며 이전의 나를 죽이는 부활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된 것은 배심원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농락한 여인 카튜사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부터다. 이때 그의 마음의 창을 두드린 것이 부끄러움이었다. 부끄러움은 무엇인가. 맹자(孟子)는 부끄러움을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깨닫고 행동하는 단초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수줍음이나 고립된 감정이 아니며 사랑과 짝을 이루어 우리의 마음이 하늘로 향할 때 생기는 감정이 부끄러움이라고 한다. 문학적 비유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하늘로 향한다는 건, 시인 윤동주의 '서시'에서도 표현했듯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과 닮아있는 건 아닐까 싶다.

완연한 봄이다. 곳곳에 만개한 꽃들이 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겨울을 인내 한 생명이 소생하여 봄의 정원에 피어난 것이다. 봄이 어떤 계절보다 특별한 이유도 바로 이 부활의 상징을 체감해 주기 때문이다. 자연은 스스로의 고통을 통해 자정능력을 키우며 해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그렇다 부활이란 내가 부활해야 부활인 것이다. 내년 봄, 다시 피어나기 위해 죽어가는 꽃잎을 바라보며 욕심으로 죽은 우리를 부활 하는 봄이 돌아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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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