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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교육학 박사

지인이 다문화가정 웅변대회 시상식에 와서 시상을 해 달라기에 마지못해 참석하게 되었다. 이런 자리가 불편하므로 안 가려 했건만 주최하는 분의 협박어린 참석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가서 보니 도지사배 웅변대회 시상식이었으며, 축하차 모인 사람들이 식당을 꽉 채워 나름 풍성한 분위기였다. 시상식 축하인사로 전에 청주시정 책임을 지냈던 분이 나섰다. 그 분이 진천군의 수장이던 때에 특화사업으로 비단 잉어를 길러 적지 않은 량을 일본에 수출했다. 그런데 일본의 잉어 양식업자가 진천의 싱싱한 잉어를 사려고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왔단다. 일본에도 잉어가 있고, 우리가 수출하는 잉어도 있는데 무엇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에도 물론 잉어가 있지만 여러 해를 일본 내에서 근접 교배하다 보니 종자가 나빠져서 더 좋은 품종을 만들고자 한국 잉어에 눈을 들였다는 말이다. 축사한 분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다문화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하니 한편 일리가 있다. 수백 번 외적의 침입을 받은 우리나라가 문자 그대로 단일민족인지도 불분명하거니와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우리 민족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면 좋은 일이겠다.

역사를 통해 보면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정치의 중흥을 살필 수 있다. 당 태종은 자기를 죽이라고 건의했던 큰형 건성의 측근 위징을 간의대부에 이어 재상으로 중용하며 직간을 참고 받아들인 때문에 성군이 되었고, 조선 태종도 관원들의 쓴 소리를 거부하지 않고 조심하여 조선 5백년의 틀을 마련했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자기와 다른 견해에 대하여 너무 매몰차게 대하고 있어 염려된다. 나와 다른 의견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그 저간에는 상대의 존재와 인격을 존중하는 조심스런 살핌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다르다고 하여 나쁘거나 제거해 버릴 생각을 한다면 조선 후기 당파싸움과 다를 바 없으며, 이는 사회 발전에 역행되는 폐단을 초래했던 것을 우리는 교훈으로 배운 바 있다. 정가와 사회 일각에서 나와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배척만 한다면 역시 지나친 경직이다. 다양성을 수긍하는 것도 다문화일진대 말이다.

시상식 뒤풀이로 열린 노래 마당에서 입상자 중 한 여성이 "사랑이 별거더냐 좋아하면 사랑이지. 이래저래 정이 들면 호박꽃도 꽃이 랑께"라는 노래를 부른다. 노래하는 분위기가 진지하여 가사를 살펴보니 왕년의 가수 김세레나가 불렀던 '짚세기 신고 왔네'의 노랫말인데 다문화교육 관련 관계자가 모인 식장 분위기와 잘 맞는다. 머나먼 이국에서 한국 남자를 바라고 시집을 와 보니 부푼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컸으리라. 그럼에도 기왕지사 이렇게 만났으니 잘 살아 보겠다는 다짐이요, 맹세의 분위기로 부르는 태도와 가사 내용이 매우 절절하다.

약속의 땅으로 여기고 들어온 약하고 고단한 사람들에게 주변의 우리가 좀 더 살갑게 대해주고 배려해준다면 이것도 민간외교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들어온 사람들의 친지들도 주변에 한국인의 따스한 마음을 알릴 터이고 이는 즐거운 방문으로 지속되리라. 그래서는 안 되지만 설혹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시집 사람 또는 이웃의 냉대 등 호되고 나쁜 기억이 있다면 어찌 한국을 좋아하랴.

결혼을 통해 특별한 인연을 맺으러 온 사람들이 남편의 나라를 좀 더 잘 알고 배우려 하는 태도가 고맙다. 그리고 데리고 온 아이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주는 것도 아름답다. 내가 먼저 상대를 위하여 변화하며 작심하고 좋은 가정을 일군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이 별거더냐, 좋아하면 사랑'이라는 말의 결실이리라. 우리의 인생도 별거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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