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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8.26 14:43:47
  • 최종수정2018.08.26 14:43:47

김병규

교육학 박사

올해 여름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비즈니스 석에 앉는 호사를 누렸다. 두 살배기 손녀가 말은 기가 막히게 따라 하면서도 엄마 품을 죽어라 안 떨어지려 한다.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우려해 이코노미 석을 벗어나니 고육지책일지라도 감개는 무량하다.

어렸을 때는 띄엄띄엄 있는 완행버스도 사치였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덕산의 구말 장은 물론이고 훨씬 더 먼 진천 장도 당연히 걸어가는 줄 알았으므로 중학교 통학 때 까지도 버스는 언감생심이었다. 폭설로 길이 묻히거나 봄날 질척거리는 땅 때문에 자전거 운행이 불가능할 땐 걸으면 걸었지 버스는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보였다. 어쩌다 버스비로 충분한 10원짜리 동전이 주머니에서 딸랑거려도, 책가방 메고 폭설을 헤치며 걷는 모습이 안쓰러워 버스 기사가 일부러 서서 기다려 주어도 그냥 가라고 손사래 치던 터였다.

그동안 비행기에서 내리며 피곤에 절은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석은 넉넉함과 안락함 자체이다. 숫하게 지나치며 선망하던 자리를 앉게 되자 목적지보다 좌석과 그에 상응할 서비스가 더 궁금하다. 여승무원이 경륜도 더 있어 보이고 손님을 훨씬 품위 있는 사람으로 대해 준다. 유례없는 폭염 때문에 반바지 차림으로 탔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정장을 갖추고 탈걸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사람이 아닌 자리 때문에 품위가 더하더라도 설사 가면에 불과할 손 차림새를 자리에 맞게 꾸며야 되지 않을까나. 비행기 문에서 마주치는 비즈니스 석 손님의 여유로운 표정을 복합된 심정으로 보던 기억까지 더블 클로즈업되면서 든 생각이다.

드디어 식사 시간이다. 언론에서는 비용절감 차원으로 1등석 손님이 선택하고 남은 음식을 승무원이 먹도록 한 항공사도 있다는데 얼마나 푸짐할까. 30분 전에 저녁과 음료의 선택 기회를 줘 차별된 음식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스튜어디스가 하얀 천으로 덮어준 테이블 위에 특별히 고른 아이스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하니 기내식 대란 때 협력업체 사장이 목숨을 끊었던 안타까운 뉴스 기억도 저 멀리 날아간다. 안심스테이크를 익힌 정도와 비주얼이 섣부른 레스토랑 보다 더 낫다. 언론처럼 푸짐한 식사는 아닐지라도 이런 음식으로 대접받으니 완전 향응 수준이다.

이코노미 석의 괴로움은 적은 화장실과 좁은 좌석이다. 눈치껏 화장실 사용 안내 등을 살펴야 하고, 요령껏 잠을 자야 그나마 피곤함을 덜 수 있다. 아무리 가슴이 뛰고 다리가 굳건해도 장거리 비행이 여행의 크나큰 걸림돌이다. 오직 비행기 타는 괴로움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에 먼 곳을 여행하다가 점차 동남아나 일본과 중국으로 여행지를 돌린다 하지 않던가. 깔끔한 화장실에는 머리빗과 칫솔과 가글도 있다. 헤드셋도 편하고 모니터도 큰데 좌석 단추를 조절하자 집의 침대 비슷하게 160도로 쫙 펴지니 황홀하게도 다리를 쭉 뻗고 잠잘 수 있다. 게다가 안마 기능도 있어 등판을 지긋이 주물러 주기까지 한다. 히야, 푸켓이 아니라 미국을 이렇게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다리를 편다면야 6시간 비행에도 발이 안 부어 신발을 편히 신겠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은 무슨 복일까 싶어 주변 면면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다지 볼품없는 할머니도 있고, 수염 제멋대로 자란 배 나온 남편과 두둥실 퍼진 아줌마 그리고 젊은 아가씨도 몇 있는데 그래도 형편은 넉넉한가보다. 상당고에 매년 기천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해 주시는 유 여사님의 실버타운을 감사 인사차 방문했더랬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으며 보니 마치 외출하러 나온 듯 잘 차려 입고 자시던데 여기 사람들은 그에 비하면 초라한 외양일지라도 말이다.

내 촌놈으로 태어나 검약하게 살고자 했으되 자식 덕에 비즈니스 석 한번 탔기로서니 그새 한껏 기고만장해 졌나보다. 퇴계 선생은 높다란 벼슬에서 물러나서도 샘을 치면서도 퇴계라 작명한 계류를 대하면서도 날로 자신을 성찰하셨거늘 역시 학문과 생각이 미천한 탓이다.

이따가 공항에 도착하면 절대 목에 힘주지 말고 겸손한 모습으로 비즈니스 칸을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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