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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작년 말에 선비 교육으로 하남의 모 중학교에 가게 되었다. 촌사람에게 교통량 많고 길도 복잡해 가는 것 자체가 긴장되는 서울행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인 서울 자체도 부담스러운데다가 청주에서 하남까지 출근길의 혼잡은 상상도 안 된다. 밀릴 것까지 감안해 3시간 남짓 긴장된 운전으로 시달리게 생겼다.

서울 갈 일을 궁리하고 있는데 이번 교육을 주선한 남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 측에서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선비 교육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가서 줌으로 수업하는 것이 아니라 재택으로 진행하란다. 줌 수업을 안 해봤으니 촌놈 서울 가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나타났다.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데 관련 고수인 서울 이 위원이 줌 활용법을 가르쳐 준다기에 어차피 해 볼 일인데 이참에 배워보기로 했다. 줌 수업은 매주 월요일 저녁에 화상회의로 '近思錄' 공부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호스트가 돼 수업 자료인 파워포인트를 공유하고는 탑재된 음향이나 동영상이 제대로 구동돼야 한다. 남은 2주 동안에 수업을 담당한 서울 경기 충청 지도 위원들이 줌 수업 외에 파워포인트 작성법까지 더 배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매일 오후 8시부터 2시간을 줌으로 공부를 하는데 경기도 진 위원은 따님이 옆에서 컴퓨터 조작을 도와줘 온 가족이 나서는 모양새다. 파워포인트 작성법을 전수한 뒤에는 동영상 다운과 편집을 하는 방법까지 다루느라 1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줌 활용 단계로 들어가는데 충청도 팀은 별도로 공부를 더 하기로 했다. 단양 채 위원은 딸이 없고 두 아들은 분가해 같이 늙어가는 부인이 대신 도와준다. 그래도 과학 교사 출신이라 근심 어린 얼굴로 화면을 노려보는 한문학자 남편보다 컴퓨터 용어를 더 잘 이해한다. 수업 2일 전에는 수업 담당자 전체가 화상으로 모여 수업 실연 차원에서 자료 공유와 동영상 시연으로 이상 유무를 살핌으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하필 내 컴퓨터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회의 예정 시각을 설정해 놓으면 오전 9시가 오전 2시로 잘못 매겨진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 표준 시각을 런던으로 잡아 간신히 해결했는데 수업 당일 아침에 똑같은 문제가 또 나타났다. 마침 컴퓨터에 밝은 충주 강 위원도 같은 문제가 생겼는데 런던에서 서울로 표준을 다시 설정해 고쳤다고 새벽에 전화를 해 주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드디어 수업 일이다. 긴장되어 잠까지 설쳤고 컴퓨터의 회의 예정 시간 설정 문제가 도질까 하는 것부터 학생들이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할는지도 두루 걱정이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컴퓨터를 켜 놓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전원 다 입장하고 담당 선생님이 학생들이 카메라 켠 것을 확인하며 인원 파악도 해 주니 고맙다.

대면 수업에서는 질문도 하고 학생들 반응도 살피느라 여유가 있는데 줌으로 질문을 하긴 한다만 아무래도 수업자 위주로 설명을 하게 되니 힘이 곱절은 들어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학생들의 집중을 돕도록 도입부에 단소를 불고, 말미의 질문지 작성 시간에는 대금을 불었어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래도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잘 들어주고 영상으로 리액션도 보여 주니 효과는 있나 본데 어디 대면 수업만 하겠는가.

촌사람이 서울 가기보다 훨씬 더 배우기 어렵고 고된 줌 수업을 이상 없이 마치고 나니 스스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팀장 주선으로 수업한 위원들이 화상 평가회를 하는데 모두 같은 심정이요, 컴퓨터에 어두워 가족의 도움으로 수업을 마친 분들은 후련한 성취감이 더 크리라. 줌 아이디도 제공 안 해 준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아쉬움도 사라져 다들 화기애애한데 혹 카메라를 켜 놓고 게임 등 딴짓을 몰래 하는 학생은 어찌 지도하겠는가. 전국에서 시행 중인 줌 수업이 모양새만 갖춘 교육이 될까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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