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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작년 말 교수들이 선정한 4자성어로 1위가 아시타비(我是他非)요, 2위가 후안무치(厚顔無恥)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말이니 많은 생각으로 정했을 터라 우리 사회 민낯에 대한 지식인들의 경종인데 대중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단 작년 한해의 사회상이 결코 아름답지 못했던 방증이라 씁쓰레하다. 잘못을 살피고 반성을 하여 박기후인(薄己厚人)이나 관인엄기(寬仁嚴己)같은 말이 금년 연말 사자성어에 등장하면 좋으련만 과연 그리 되려나.

연말 사자성어에 안동 온혜리의 퇴계 선생 조부 노송정 이계양공이 지은 정자 기둥의 주련(柱聯)인 옥루무괴 (屋漏無愧)와 해동추노(海東鄒魯)가 연상된다. 옥루무괴는 <시경詩經>의 '혼자 방 구석진 곳에 앉아 있어도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게 한다-상재이실 상불괴우옥루(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에서 인용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늘 행동을 삼가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의롭지 못한 권력에 빌붙지 않으며 단종에 대한 노송정공의 우국충정을 표현한 것이라.

비슷한 의미로 선비들이 그토록 조심한 신독(愼獨)이 있다. 감춘 것보다 잘 보이는 것이 없고, 조그마한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는데서 삼간다(중용)는 내용이다. 퇴계선생 같은 분도 좌우명 중 하나로 신기독(愼其獨)을 삼을 정도로 신독은 수신의 요체요 시작이다. 마음이 순수한 사람은 남이 보지 않는 혼자 있을 때나 혼자 있는 곳에서도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자 조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르고 행실이 말을 따르지 못한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근신하지 못하고 남 앞에서는 이를 숨기려 하니, 처음에는 자기를 속이고 필경 남까지 속이게 된다. 이는 악을 행하는 것은 진실하고 선을 행함은 거짓된 것과 같아 우리가 매우 두렵게 여기고 조심해야 한다.

작년에 사회를 들썩였던 조국 사건이나 장관 후보자들의 좋지 않은 과거 행적이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도 못 쓸 일인데 어떤 사람은 이를 뉘우치긴 커녕 심지어 국민을 우롱하는 듯 안하무인의 행동까지 보였다. 청문회 통과와 임명장 수여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신독의 마음가짐이 없으니 부끄러움도 모른다.

공직자라면 중국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철혈총리로 유명한 주룽지(朱鎔基)가 항시 외웠다는 明 곽윤례(郭允禮)의 관잠(官箴) 정도는 알아야 한다.

'관리들은 나의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청렴을 두려워한다. 백성들은 내 능력에 감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공정함에 감복한다. 내가 공정하면 백성들이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내가 청렴하면 관리들이 감히 속이지 못한다. 공정은 투명함을 낳고, 청렴은 위엄을 낳는다.(吏不畏吾嚴 吏畏吾廉 民不服吾能 而服吾公 公則民不敢慢 廉則吏不敢欺 公生明 廉生威)'

정치가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공정과 청렴인데 이는 옥루무괴의 마음가짐과 처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방구석에서 하늘 보기를 조심하며 행동 뿐 아니라 마음까지 살폈다면 자기에게 떳떳하고 소신이 있다. 대학 때 마이크 잡느라 공부를 게을리 했던 시방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 이념 실현 정책을 펼치고 실책은 전 정부 탓으로 호도하는 것은 무책임함을 넘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소치이다. 자기의 부끄러움을 살핀 연후에야 박기후인의 자세가 생기고 자신감이 배어 나온다.

필자도 학생 지도와 우리 아이들 양육에 열의를 앞세우다 시행착오만 저지른 것 같아 돌이켜 보면 후회스럽고 미안하다. 과거 언행을 생각할수록 잘못이 많아 부끄럽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도 "코로나 팬데믹을 부른 것이 이기적 생존 경제라면 이제 인류는 이타적 생명 경제로 나아가야한다"고 했다. 옥루무괴의 가짐과 태도가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신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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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