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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가족 여행 차 하와이 빅 아일랜드 소재 펜션에 묵은 적이 있었다. 늦게 숙소에 도착한 때문에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당 앞이 골프장이다. 테라스 밖의 골프 치는 사람을 부러워하면서도 클럽 렌탈을 몰랐다. 새파란 하늘과 검은 현무암 지대에 꾸며진 멋진 페어웨이를 밟지 못하는 아쉬움만 남겼더랬다. 그런데 2년 후 오하우를 다시 가게 돼 이번에는 채비를 해 진주만 쪽으로 티샷도 해 보고 운동 중에 쌍무지개를 보는 호사도 누렸다.

그린피가 할인되는 트와일라잇 타임을 노리다가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았다. 알라와이(Ala wai golf course)는 숙소인 와이키키 호텔에서 5분 거리요 핸드 카트도 가능한 공립 골프장이다. 새벽 접수 후 팀이 구성됐는데 같이 도는 사람은 하와이 주민으로 30대 나이에 장신에다 근육질 몸매답게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m를 넘나든다. 게다가 코스에 맞춰 중간에 샤프트도 교체하며 라운딩 하니 그야말로 완전 고수다. 이 친구가 휴식 시간에 내게 '혹시 군인 출신이신가요?'라 묻는다. 곁에 있던 아내가 웃으며 아니라고 teacher였다 하며 이유를 물으니 자세가 곧고 걸음걸이가 반듯하다나. 요즘 우리나라 군대를 당나라 군대라고 걱정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지만 모름지기 군인은 바르고 엄정한 것이 기본이요 상식이다.

군인들의 엄격한 군기와 전투 의욕을 사기라 하는데 본디 의미는 선비들의 치열한 자기 수양 태도와 꿋꿋한 기개를 의미했다. 선비(士)는 원래 중국 사서에 처음 등장하며 주나라에서는 군대 가고 싶은 소원을 못 이루자 목을 매 자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명예로운 신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비가 무리 지으면 사림(士林)이요 붕당이며, 사림의 공론이 곧 사론(士論)으로 지금의 당론이라기보다는 국가 원로들의 중론에 比等하겠다. 사론의 바탕은 군주가 하늘을 대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면 정치에 나아가 군주를 돕고, 하늘을 거스르면 역성혁명을 일으키거나 아예 물러나 초야에 은거하는 것이다. 혹 사론이 군주의 견해와 정면 대치되면 많은 선비들이 목숨을 잃게 되는데 기묘사화(士禍)부터 을사사화가 그 예이다.

선비는 처신을 바르게 하는 데 정성을 들인다.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처신을 똑 바로 하고자 전전긍긍했다. 「명당실기」에 의하면 주자는 자양서당 별실의 좌우 두 방을 각각 경재(敬齋)와 의재(義齋)로 명명한 뒤에 경재잠과 의재잠을 지어 스스로를 경계했는데 조선 선비들은 경재잠을 가까이 했다. 퇴계 선생도 도산서원 완락재 비름박에 숙흥야매잠과 경재잠을 붓으로 적고는 매일 외워 처신의 기본으로 삼았다 한다. 선생의 가르침대로 아침마다 두 편의 잠명을 수년간 외워서인가, 제자 월천과 나눈 편지묶음인 「사문수간」을 하와이에서 감동하며 읽은 탓인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자세가 바르다는 소리를 듣는다. 자세와 더불어 마음이 바라야 함은 물론이요, 내가 마음을 바르게 해야 남도 바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니 요즘 내로남불이나 아시타비는 사람들이 자기를 먼저 바르게 하지 않고 남의 바름을 판단함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 몸은 어떨까.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뼈로 신생아는 360여 개에서 성인의 경우 206개인데 이 뼈를 지탱해 주는 것은 근육이다. 근육은 나이 들수록 가늘어져 결국 근력이 약화되므로 노화와 더불어 자세가 구부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근력 운동을 하면 노화도 늦추고 자세도 바로잡을 수 있다 하니 아무래도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 덕도 보는 듯하다.

마음과 자세는 상호 연계돼 있다. 수업 시간에 바른 자세를 취한 학생이 비뚤게 행동하는 경우를 못 봤다. 내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자세도 바르게 가지면 모두가 바른 세상이요, 고조선처럼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세상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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