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요즘 집 근처에 마음에 드는 산책길을 발견하여 득템한 듯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운천변 길은 인파가 많아 비교적 한적한 저녁 8시에 나서는데 무심천까지 왕복 5㎞로 약간 미진하다. 양궁장 길을 걸으면 건강해 지는 느낌이 든다는 아내 때문에 마지못해 따라 나서지만 그 우레탄 길도 냄새만 없을 뿐 북적거리긴 마찬가지이다. 이번에는 S컨벤션 옆의 산길로 양궁장 고개로 용박골 저수지를 지나 보살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걸어보았다. 한적한 길에 2시간 소요되어 그나마 걷는 길로 무난한데 오가는 중에 햇볕이 따갑다. 그러던 차 보살사에서 낙가산을 올랐던 기억을 더듬어 양궁장에서 보살사 가는 길을 살폈다. 찾았다! 초반 계단 길을 지나서 호젓한 샛길이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보살사 가는 길이 내게 다가왔다.

보살사행 산자락 길은 인적이 드물고 나무가 우거져 속세를 금방 잊게 하며 여름의 작렬하는 햇볕도 문제없다. 나뭇잎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소리에 공기는 신선하고, 간간이 노래하는 꾀꼬리 소리는 행복한 보너스이다. 가랑비 정도야 나뭇잎이 걸러서 간간이 굵은 물방울로 모자에 떨어지는데 오히려 시원한 선물이다. 장맛비를 잔뜩 머금은 오솔길 산행에서는 보너스가 또 하나! 산이 녹색댐 되어 내려주는 물이 들으면 시원하고 보면 아름답다. 걷다보면 발자국 소리만 조용조용 주변으로 울려 퍼져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 듯 가히 무아지경이요 물아일체가 된다. 도산서원 김병일 원장님은 걷는 중에 안구 회전 운동을 상하 좌우로 하시는데, 대금을 잡으면 숨이 줄었음을 확연히 느끼는지라 산행 중 심호흡을 연습하기로 하였다. 숨을 크고 길게 들이마시고 내 뱉으니 점차 너댓 걸음 간에 호흡이 이루어진다. 걷는 시간이 지남에 깊이 쉬는 들숨이 대장까지 도달하는 듯도 하다. 이러다 임독맥이 뚫려 태양혈이 도드라지는 것은 아닐까? 비 내린 질척한 길에는 두꺼비가 많이 나타나는데 양궁장 입구에 걸린 '두꺼비를 밟는 것은 양심을 밟는 것'이라는 현수막에 실소가 나오지만 아무튼 생명은 존중해야지. 두어 시간 가량의 산행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한 두 명뿐이라 오롯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요, 보살사의 약수를 받아다 찻물로 쓰니 일석이조를 넘어선다. 걷기에 집중하다보면 생각도 어느덧 저 멀리 사라져 무념무상으로 걸음만 나아간다. 옛 선비들이 그리도 산을 바라며 사람의 욕심을 막고 하늘의 이치를 보존하고자(遏人欲 存天理)애썼으니 나도 산행으로 무언가를 얻는다면 좋겠다.

보살사의 가람배치는 맞배식 극락보전 좌우에 요사채가 있고 전면에 5층 석탑이 배치되어 있다. 석탑 1층 면석에는 범자(梵字)가 새겨졌고 탑 앞에 장방형 민무늬 배례석이 불심을 돋운다. 나무에 걸린 파이프 풍경이 그윽한 음색으로 바람에 흔들리는데 오묘하고 편안한 소리를 내는 요놈은 얼마짜리일까.

한번은 소나기 예보를 무시하고 나섰다가 짙어지는 비구름에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였건만 숲을 벗어나자마자 쏟아지는 비에 속옷까지 흠씬 젖어버렸다. 그나마 등산모자로 머리 부분은 가렸는데 사위가 사준 퇴임 기념 시계보다 손에 든 은악양선(隱惡揚善) 글씨의 부채가 젖을까 조심하니 그 와중에도 웃음이 나온다. 비에 젖은 생쥐 꼴로 장대비 시냇물 되어 흐르는 횡단보도에서 26초 동안 신호 대기 중인 운전자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을 판국에 소중한 것은 무엇이뇨.

산길은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은데 아내가 다른 때처럼 구구한 핑계 없이 따라 나서주니 열 친구 안 부럽다.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면 두 시간여 말없이 같이 걷기만 해도 편하다. 이제는 하루 중 기다려지는 시간이 걷는 때가 되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