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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요즘 집 근처에 마음에 드는 산책길을 발견하여 득템한 듯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운천변 길은 인파가 많아 비교적 한적한 저녁 8시에 나서는데 무심천까지 왕복 5㎞로 약간 미진하다. 양궁장 길을 걸으면 건강해 지는 느낌이 든다는 아내 때문에 마지못해 따라 나서지만 그 우레탄 길도 냄새만 없을 뿐 북적거리긴 마찬가지이다. 이번에는 S컨벤션 옆의 산길로 양궁장 고개로 용박골 저수지를 지나 보살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걸어보았다. 한적한 길에 2시간 소요되어 그나마 걷는 길로 무난한데 오가는 중에 햇볕이 따갑다. 그러던 차 보살사에서 낙가산을 올랐던 기억을 더듬어 양궁장에서 보살사 가는 길을 살폈다. 찾았다! 초반 계단 길을 지나서 호젓한 샛길이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보살사 가는 길이 내게 다가왔다.

보살사행 산자락 길은 인적이 드물고 나무가 우거져 속세를 금방 잊게 하며 여름의 작렬하는 햇볕도 문제없다. 나뭇잎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소리에 공기는 신선하고, 간간이 노래하는 꾀꼬리 소리는 행복한 보너스이다. 가랑비 정도야 나뭇잎이 걸러서 간간이 굵은 물방울로 모자에 떨어지는데 오히려 시원한 선물이다. 장맛비를 잔뜩 머금은 오솔길 산행에서는 보너스가 또 하나! 산이 녹색댐 되어 내려주는 물이 들으면 시원하고 보면 아름답다. 걷다보면 발자국 소리만 조용조용 주변으로 울려 퍼져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 듯 가히 무아지경이요 물아일체가 된다. 도산서원 김병일 원장님은 걷는 중에 안구 회전 운동을 상하 좌우로 하시는데, 대금을 잡으면 숨이 줄었음을 확연히 느끼는지라 산행 중 심호흡을 연습하기로 하였다. 숨을 크고 길게 들이마시고 내 뱉으니 점차 너댓 걸음 간에 호흡이 이루어진다. 걷는 시간이 지남에 깊이 쉬는 들숨이 대장까지 도달하는 듯도 하다. 이러다 임독맥이 뚫려 태양혈이 도드라지는 것은 아닐까? 비 내린 질척한 길에는 두꺼비가 많이 나타나는데 양궁장 입구에 걸린 '두꺼비를 밟는 것은 양심을 밟는 것'이라는 현수막에 실소가 나오지만 아무튼 생명은 존중해야지. 두어 시간 가량의 산행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한 두 명뿐이라 오롯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요, 보살사의 약수를 받아다 찻물로 쓰니 일석이조를 넘어선다. 걷기에 집중하다보면 생각도 어느덧 저 멀리 사라져 무념무상으로 걸음만 나아간다. 옛 선비들이 그리도 산을 바라며 사람의 욕심을 막고 하늘의 이치를 보존하고자(遏人欲 存天理)애썼으니 나도 산행으로 무언가를 얻는다면 좋겠다.

보살사의 가람배치는 맞배식 극락보전 좌우에 요사채가 있고 전면에 5층 석탑이 배치되어 있다. 석탑 1층 면석에는 범자(梵字)가 새겨졌고 탑 앞에 장방형 민무늬 배례석이 불심을 돋운다. 나무에 걸린 파이프 풍경이 그윽한 음색으로 바람에 흔들리는데 오묘하고 편안한 소리를 내는 요놈은 얼마짜리일까.

한번은 소나기 예보를 무시하고 나섰다가 짙어지는 비구름에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였건만 숲을 벗어나자마자 쏟아지는 비에 속옷까지 흠씬 젖어버렸다. 그나마 등산모자로 머리 부분은 가렸는데 사위가 사준 퇴임 기념 시계보다 손에 든 은악양선(隱惡揚善) 글씨의 부채가 젖을까 조심하니 그 와중에도 웃음이 나온다. 비에 젖은 생쥐 꼴로 장대비 시냇물 되어 흐르는 횡단보도에서 26초 동안 신호 대기 중인 운전자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을 판국에 소중한 것은 무엇이뇨.

산길은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은데 아내가 다른 때처럼 구구한 핑계 없이 따라 나서주니 열 친구 안 부럽다.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하면 두 시간여 말없이 같이 걷기만 해도 편하다. 이제는 하루 중 기다려지는 시간이 걷는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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