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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산으로 가는 한적한 길가에 식당이 있다. 빨간 간판에 나름 유명한 닭집이라 식사 시간대는 물론이고 한참 늦은 시간에도 주차장에는 차가 빼곡하고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손님으로 빈자리도 없다. 예약 없이는 언감생심 닭발 하나 잡기도 어려우니 식당에서는 문 앞 처마 밑에 대기의자를 14개 마련해서 대기표 순으로 식당에 손님을 들일 지경이었다. 지나다보면 삼삼오오 자리에 앉아 도합 십여 명 됨직한 손님들이 대기 번호가 불리 우기 바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기다리던 곳이다. 이것은 작년까지의 모습이다.

그 식당을 지나는데 얼핏 주인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가 길게 늘어서 있는 의자를 정성스럽게 닦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바람에 날려 온 낙엽이랑 손님이 앉지 않아 하얀 의자가 먼지로 퇴색되는 것이 안쓰럽던 차였다. 한두 개도 아니고 십여 개가 넘는 의자가 손님도 없이 덩그러니 식당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오히려 휑했었다. 과객의 눈에도 자칫 개점휴업이나 모면할 수 있으려나 걱정될 정도인데 대기의자가 무슨 필요이랴. 그래도 의자를 치우기는커녕 정성스럽게 닦는 것은 틀림없이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어 예전의 호황을 그리는 소망 때문이려니 주인의 마음이 절절하다.

소망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요 희망으로 동력을 제공한다. 달성 가능하면 역동적이요, 이루기 어려우면 절망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다가 여러 사람들의 공통적인 사항으로 몸집을 불려 가면 원망으로 모양이 변하겠지. 이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게다. 오히려 바라는 바, 너무 많아 탈인지라 각 종교에서도 사람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한 매개자로 불교는 관세음보살이요 천주교는 성모마리아가 있다. 관음보살 중에 손이 몸 주위를 감쌀 정도로 많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은 과거세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자 천개의 손과 눈을 가지고 괴로움을 구제한다고 한다. 그 많은 대중들의 소원을 들어주려면 두 손으로는 태부족일거라 상상한 사람들의 조상(彫像)이리라. 정치가들의 속내가 궁금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겉으로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부르짖을 것이고, 민초들은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클 것이고,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에 영끌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모두들 나름대로의 바람이 있다. 요즘 시국에 화두는 당연히 건강이듯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우선이요 공통 소망이다.

금년 나의 소망은 건강여전(健康如前), 가정화목(家庭和睦) 그리고 어머님이 한 해를 건강히 보내시는 거였다. 한 해 동안 헬스장에 애인 숨겨두었냐는 소리 들어가며 근력운동을 했더니 티셔츠는 한 치수 늘고 바지의 허리 사이즈는 한 치수 줄어 옷을 새로 장만해야 할 판이다. 반대로 아내는 나를 따라 헉헉거리면서도 열심히 산길을 걸은 결과, 버리기 아까워 옷장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바지를 다시 꺼내 입더니 이제 못 입던 상의까지 입는다고 좋아한다. 며칠 전에는 급하게 화장실 다녀오느라 걷는 길을 달리했던 아내가 돌아와 한 마디 한다. 화장실 근처 길목에서 30여분 두리번거리며 오가는 사람을 살펴도 '번듯한 사람'이 보이지 않더란다. 고마운 아내에게서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내년에는 심성 수양을 더해야 겠다.

금년 2언더파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내년에도 경신할 수 있으려나. 60대가 가장 지혜로운 나이라 한 철학자도 계신데 더 잘 하고 욕심에 나이를 잊는다. 다만 쉽게 피로해지는 노안으로 독서량이 예전에 못 미친다. 욕심만큼 오랫동안 책을 볼 수 없으니 이제 조금 읽고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지식을 지혜로 갈무리하라는 의미인가.

금년은 우리 모두 고생스러운 한 해였다. 신년에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식당에 다시 가게 되어 대기의자까지 만석이 되고, 그간 못 가던 외국 여행도 다시 할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부부가 다시 하와이의 새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티샷을 날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바다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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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