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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친구들 몇 간과의 남도 유람 목적지가 강진으로 정해졌다. 강진은 풍광도 좋은데다가 다산 선생의 18년 유배지로 남도 유배길이 관광 상품화되어 지역 경제에 쏠쏠한 재미를 주는 곳이다. 가는 김에 다산 관련 공부로 친구들의 안목도 높이려 예전에 논문 준비차 읽었던 강진의 애제자 황상과의 만남과 인근 백련사의 혜장 스님과 당시 젊었던 초의선사 등 관련 자료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적소에서 처음 거처한 사의재와 부인 홍 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받아 만든 하피첩과 출가하는 두 딸에게 직접 축하해 주지 못하여 시린 마음으로 그려준 매화쌍조도와 매화독조도 및 서학 접근 내용까지 챙기려니 머리가 바쁘다. 마음 한켠에는 친구들에게 해박하다는 평을 듣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분주히 서가를 뒤지는 중에 요즘 지인들과 팀을 이뤄 공부 중인 근사록(近思錄)에서 눈이 번쩍 띄는 글귀가 나타났다.

"謝先生(謝良佐)이 처음에 기억하고 묻는 것을 學問이라 여기고 該博함을 자부하였다. 明道先生에게 역사책을 들어 말하였는데, 全篇에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았다. 明道가 말씀하기를 '그대는 허다한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玩物喪志라 이를 만하다'" 하였다. 謝先生은 이 말씀을 듣고 땀이 흘러 등이 젖고 얼굴빛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다가 明道가 역사책을 읽는 것을 보니, 도리어 줄마다 자세히 보고 한 글자도 지나쳐 버리지 않으므로 謝先生은 매우 不服하였다. 뒤에 다시 살펴 깨닫고는 이 일을 화두로 삼아 博學하는 선비들을 인도하곤 하였다."

謝良佐의 字는 顯道이니, 上蔡 사람으로 程子의 門人이다. 사람의 마음이 虛明하여 萬理를 갖추고 만 가지 일에 응하는 것이니, 매이고 막히는 바가 있으면 본래의 뜻이 어둡고 막힘을 면치 못한다. 독서를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장차 마음을 보존(存心)하여 이치를 밝히려고(明理) 해서이니, 한갓 기억하고 외는 것을 힘써 博學으로 삼는다면 책이라는 것도 外物일 뿐이다. 그러므로 玩物喪志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에 대하여 朱子가 평을 내렸다.

"上蔡의 記誦과 明道의 역사책을 보신 것이 바로 爲己와 爲人의 구분이다."

독서를 하는 것은 자기 발전을 위하여 책을 열어야 함에도 다만 박문강기(博聞强記)에 치중하는 것은 오히려 쓸데없는 데에 정신이 팔려 정작 소중한 자기의 의지를 잃을 뿐이란다. 교단에서 40여 년 가르치기 위하여 읽었던 내용도 이런 견지에서 보면 爲人讀書-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독서-였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면 독서를 어떤 목적으로 해야 하는가. 독서는 위의 예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름지기 存心과 明理를 위하여 해야 한다. 자기의 마음공부와 수양을 위한 자세 가짐이 우선이다. 퇴계 선생을 비롯한 예전 학자들이 말년에 주로 심경 공부에 주안을 둔 것도 이 때문이겠다.

요즘은 휴대전화기만 열어도 행복, 노인 되기, 건강 정보 등 인생살이에 대한 좋은 글이 차고도 넘친다. 개중에는 전문가 이상의 깊이 있는 내용도 있지만, 문제는 이렇게 좋은 글들이 단순히 보는 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내용이 있다손 자기가 깨달아 신실히 실천하지 않고 눈으로 읽어 넘어가며 실천이 생략되어 종당에 자신에게는 부드럽고 남에게 엄한 자세로 그릇되니 아쉽다. 정조대왕이 대간의 모골을 송연케 한 말은 '온고지신을 그동안 배운 것을 온축시켜 성찰함으로써 앎의 정도가 더욱 깊고 새로워진다'였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는 오로지 남을 위한 것일 뿐, 나 자신을 위한 깨달음과 이행을 위한 깊이 있는 공부가 되어야 비로소 爲己 讀書라 할 수 있겠다.

지과필개(知過必改)라고 알면 바꿔야 하니 강진 여행 준비도 과거 읽었던 내용에서 깊은 맛을 느끼는 것이 순서이겠다. 친구의 평판보다도 지식을 깊이 있게 대하여 내가 새로워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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