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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몇 해 전부터 동생들이 3남 1녀 피붙이만의 여행을 해 보자는데 며느리가 걸리고 사위가 켕겨 미뤘더랬다. 막냇동생이 여행 경비를 부담한다며 올해 가기 전에 날을 잡자고 채근한다. 축협 임원으로 제주도를 자주 들락거리더니 현지인처럼 제주도를 안내할 수 있다 하여 2박 3일의 일정 안내를 맡겼다. 노모와 막내 여동생은 다음에 같이 하기로 했는데 여행 계획을 들은 며느리들이 다음엔 자기들만 가겠다 한다.

늘 바쁘다던 큰형이 시간을 내주었다며 공항에 먼저 도착한 동생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맞이한다. 임시 가이드는 사전 안내 없이 따라만 오라는데 제주에서의 오전 첫 일정은 한라산 기슭의 1천100고지 어승생악이다. 이제껏 제주도를 여러 번 와 봤어도 여기는 처음 밟는다. 신선한 공기를 가슴 열어 받아들이며 걷는데 어디를 가는 것도 좋지만 누구랑 함께 하는 가에 따라 재미가 다르다더니 정녕 그렇다. 어릴 적 추억을 함께 한 동생들의 살짝 굽은 등을 뒤에서 바라보려니 치솟는 상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다들 참 열심히 살았구나!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차창 밖으로 내리는 햇살이 90년대 배낭여행으로 외국에 갔던 때의 느낌처럼 찬란하다. 점심 후엔 교래자연휴양림의 곶자왈 숲을 걷는데 마치 체력훈련 기회인 듯싶다. 평소 낙가산을 자주 오르며 느낀 기운과 제주도의 싱그런 공기와 싸아한 겨울 기운은 전혀 다르다. 동행자가 이렇게 중요하다. 이리 좋은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도 하고, 겨울에도 파란 잎을 자랑하는 길가 고사릿과 풀을 묵언 중에 스치다가 어머님에 대하여 그리고 6·25 참전용사이신 선친과의 기억을 나누려니 오후가 금세 지난다.

근동에서 형제간 우애가 돈독하기로 소문난 우리이고 효자의 아내로 살기란 피곤하다고 며느리의 항변도 듣지만 그래도 어디 족하겠는가. 이번 생신 때에는 도다리쑥국을 좋아하셨던 거제로 1박 2일 여행을 다시 가면 좋겠다는 동생의 제안이 고맙다. 한 많은 시골 결혼 생활로 여민 몸이라 바닷물만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하시는 노모님의 콧노래를 얼마나 더 들을 수 있을까.

저녁 식사 장소는 용두암 근처 용두골인데 기름진 돔회도 일품이지만 지리는 배부른 데도 너무 맛있다. 주방 아줌마에게 이리 맛난 국은 처음이라 했더니 사골국처럼 기름 동동 뜨는 돔 지리를 만들어 보내 주겠단다. 택배로 냉동 지리를 받아 황홀한 맛을 대할 며느리들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간장게장과 보리쌀 들어간 열무김치도 덧붙여 부탁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자리에 들었다. 침대 세 개가 들어간 방인들 어떠랴 하고 잠자리에 드는 데 문제는 나이 든 동생들의 코 고는 소리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돈 수천 마리를 키우느라 긴장하여 설자는 버릇이 든 막내가 작은형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한잠도 못 잤다고 야단이다. 설령 잠은 설쳤지마는 어릴 적 이불 한 장을 같이 덮고 잤던 기억을 베고 오랜만에 한방에서 잤구나.

다음 날 오전은 성산일출봉 등정이다. 주차장 부근의 빽다방에 차 한잔 마시려 들어갔는데 뒤이어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 한 무리가 스스럼없이 들어오니 이제는 다방까지 어린 것들에게 점령당한 느낌이다. 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이 과연 얼마나 될까. 칼바람 맞으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어서 한라산 중심으로 변화무쌍한 제주 날씨를 골라 비교적 겨울 일기가 평온한 북쪽 해변을 드라이브하였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연두색 바닷물이 멋진데 막내가 어머님을 위하여 제주 바닷가에 집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형들의 달 살이도 가능하다 하므로 동생 덕에 제주에서도 즐기겠다. 더불어 선친의 훈장증 확인이 잘 되어 바라던 현충원 모심이 가능하겠다는 소식도 또 하나의 낭보라. 사계절 날씨에 우박까지 하루에 다 경험한 것보다 형제들과 함께한 것이 더 좋은데 내친김에 며느리들 모시고 외국 여행도 추진해 봐야겠다.

愛日堂을 건립한 선인들의 마음처럼 어머님과의 시간이 점점 아까워지는데 우리 4남매가 어머님 보시기 좋도록 잘 살아야 마음 편하시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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