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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가깝게 지내는 건축학 전공 교수 두 분이 필자의 도산서원 출입을 궁금해 하더니 아예 도산서원 답사에 설명을 해 달란다. 평소 도산서원 관련 공부는 조금 했기에 역사적 사실이나 연유 설명이야 하겠으나 건축 관련으로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터였다. 기껏해야 도산서원의 전체 구성이 삼진식의 배치에 전학 후묘의 전형적인 형태요, 단층팔작지붕의 전교당에 광명실이 장서고라서 통풍을 유념하여 누각 식으로 건립되었다는 수준인데 이 정도로야 어디 전공자의 안목에 부응하겠는가.

궁즉통이라! 무심히 넘나들던 출입문 하단에 결구된 북 모양 나무 장식에 눈이 간다. 무슨 이유로 이 같이 구성했을까· 선생 사당에 후학들이 배알 방문하는 순서는 곡구암에서 현재 현판이 없는 외문을 지나 진도문을 통해 서원 경내로 들어와서 마음을 다시 가다듬은 뒤에 상덕사 내삼문으로 들어가 알묘를 하고는 전교당에 올라 원규 등을 살피고 나서 도산서당에 들러 선생의 체취를 그리워하는 순이다. 그러므로 각 문은 건축상 중요한 위치에 있으리라.

세 개의 문 하인방 밑에는 모두 북모양 장식이 전면으로 돌출되어 있다. 이를 심방목이라 하는데 기능과 그 뜻은 무엇일까. 건축 기법에서는 일각문 아래 흔히 주춧돌이라 불리는 심방석 위에 심방목을 두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다. 이때 기둥의 고정은 인방재가 하는데 일각문은 구조적으로 인방재가 부족하므로 혹여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기둥 앞뒤로 날개처럼 보강하여 모판 또는 여모판이라는 부재를 댄다. 그런데 이로는 한계가 있어 여모판의 지지를 보강하여 대문을 지탱하는 것이 심방목이다. 일각문은 통상 두 개의 기둥이 지붕을 지지하는 형태라 건물이 전후 횡력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심방목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심방목이 기둥을 받치는 구조이므로 건물의 수명은 심방목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좁은 처마의 낙숫물과 빗물에 상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심방목의 모양과 무늬는 어떤가. 불가에서는 축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북을 치며, 시방 세계를 깨우치게 한다는 추상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전장에서는 진격 시에 북을 치고 물릴 때는 금을 쳤으니 북은 전진의 의미이다. 조선 시대에는 성루에 북을 달아 아침과 저녁 시간을 알리기도 하고, 대중들에게 중요 사건을 알릴 때에도 사용되었다. 북을 칠 때에는 마음 심(心)자를 그리며 두드리는데 이는 북소리가 인간 심장의 고동 소리와 비슷한 때문일 것이다. 한편 사찰에서는 용을 설정하여 법을 전하고자 표현하며 첫째 기룡부터 초도까지 9마리의 용이 있다. 이 중 넷째용이 조풍(嘲風)인데 9마리의 용중에서 가장 힘이 세며 반야용선을 극락으로 이끌고자 애를 쓰며 주로 처마 밑이나 건물 밖으로 장식된 용들이나 절을 오르기 위한 계단 주위에 조각된다. 사찰의 계단 끝에 조각된 용과 마찬가지로 가람배치를 원용한 서원 건축에서는 대문에 심방목을 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모시고 있는 선생의 가르침이 북소리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원의 문에는 삼태극이 그려져 있다. 삼태극은 천·지·인을 의미하며 왼쪽으로 회전하는 좌선(左旋)과 반대로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우선(右旋)으로 나뉜다. 내삼문의 우선 삼태극은 음의 시간이라 죽음의 세계로 결실을 나타내며 궁극적으로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뜻이다. 진도문에 그려진 삼태극은 좌선이며 진도문 심방목에도 같은 그림이 있다. 좌선은 양의 시간이라 생명의 세계로 소중한 생명을 기르고 결실을 맺는다는 뜻이니 서원에서 수많은 인재를 길러 보리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퇴계 선생이 농암 이현보의 아들 문량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산서당의 문창호지조차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기를 바라셨듯이, 도산서원 역시 후학들이 선생의 학덕이 누리를 진작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문지방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정도면 건축 전공자용 스토리텔링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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