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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골프는 파 3홀 2개, 파 4홀 5개, 파 5홀 2개의 9홀로 전·후반부 총 18홀을 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친 공이 한 번에 홀인 하면 파3는 홀인원이요, 파4는 알바트로스라. 파5에서 2번에 홀인 하거나, LPGA에서 장하나 선수처럼 파 4홀에서 티샷한 볼이 홀에 빨려 들어가 알바트로스를 한 일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극히 드문 예이고 파3에서 홀인원이 그나마 아마추어로 누릴 수 있는 '골퍼의 행운'이다.

파3에서 홀인원 확률은 투어 프로의 경우 1/3천이고, 싱글 골퍼는 1/5천이요, 초보자들에게는 1/1만2천이라고 한다. 골프가 생업인 투어 프로에게도 0.03% 확률이니 홀인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맨발의 투혼으로 유명한 박세리도 평생 홀인원을 한번 못했을 정도로 홀인원은 실력과 더불어 운도 따라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기회이다.

지난 5월 2일 부부라운딩으로 친구들과 진천의 천룡 회원제 골프장에 나갔다. 계절의 여왕 5월답게 일기는 청명하고 미세먼지도 없어 운동하기 참 좋은 날씨이다. 접수처에서 받은 락카 키가 666번이라 왠지 오늘 스코어가 잘 나올 것 같은 예감이다. 고가사다리차 공장을 운영하던 전병철 사장, 이미 에이지 슈터에 언더파를 치는 박채서 친구 그리고 서울 조영철 교장이 오늘의 동반자이고 캐디는 박미선이다. 분위기와 집중을 돋구자며 5만 원씩 내어 가벼운 내기를 곁들였다. 평소와 달리 티샷 거리가 짧은 전 사장의 속셈 깊은 고집으로 오늘은 전 후반 모두 청년 중에서도 티샷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 서는 블루티에서 치기로 했다. 그런데 아뿔싸 흑룡 첫 홀에서 너무 힘이 든 나머지 왼쪽 오비 구역으로 4피스 볼을 가볍게 날렸다. 첫 홀부터 볼을 날리다니 이런 낭패가 없다. 처음이라고 멀리건으로 다시 출발했지만 오늘 조짐이 불길하다. 2, 3홀을 지나는데 블루티라 그런지 바람을 이기려 힘을 주어 그런지 샷이 흔들려 온그린 시키는 데 애를 먹느라 심해지는 바람과 함께 부담도 커진다. 예보에 7m/s 풍속이라더니 강한 바람 때문에 그린에서 퍼팅하는데 모자가 날아갈 듯 위태롭다. 다음은 요즘 점점 부담스러운 파 3홀이다. 다른 홀도 그렇지만 특히나 파 3홀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숏티를 꽂을 때부터 샷을 어떻게 하여 온 그린 시켜 홀에 근접시킬 것인가로 머리가 복잡한 곳이다. 무작정 공만 치던 초보 때에는 쉽던 홀이었는데 구력이 쌓일수록 난해해지고 길면 거리 때문에 짧으면 난이도 때문에 코스 설계자와 골퍼가 머리싸움을 해야 하는 홀이다. 이번 홀은 핸디 8번이지만 길이가 125m인데 맞바람이 거세서 클럽 선택하기가 어렵다. 좌측으로 치면 절대 안 된다는 캐디의 조언과 바람 세기를 고려하여 10번 클럽으로 볼을 낮고 부드럽게 띄우리라 마음먹고 쳤는데 샷감이 좋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볼이 정확히 핀 하이로 날아가는 모양에 예감이 불길하다. 나는 '안 돼!'라 소리 지르는데 캐디는 '대박!'이라 하고 동반자는 '어어!' 하는 사이에 볼이 홀 속으로 쏙 숨어 버린다. 5천분의 1 확률이 100%로 바뀌는 순간이다. 중계방송에서 프로들이 펄쩍펄쩍 뛰던 홀인원을 내가 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럴 줄 알았다면 친구들의 말을 들어 홀인원 보험이라도 미리 들어 둘 것을 하는 후회가 찰나에 들었다.

이미 두 번이나 홀인원을 한 전 사장과 경험많은 박 프로에게 캐디 사례하는 법을 살짝 묻고는 은행에서 찾은 돈까지 탈탈 털렸다. 뒤늦게 저녁 자리에 합류한 정규호 교수가 고구마 케이크를 준비하여 8명이 축하 파티까지 해 주니 대단한 일을 하긴 했나 보다. 관례대로 동반자 8명에게 라운딩을 시켜 주려니 그 인원과 비용을 걱정하느라 평소보다 말수까지 적다고 전 사장이 지적하여 좌중이 웃었다. 홀인원의 기쁨은 잠시요 부담은 오래라 누구는 손재수(損財數)라 하지만 그래도 좋다. 평생 한번도 못해 본 골퍼가 대다수요 행운이 3년이나 간다는 홀인원을 처음 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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