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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22 15:06:14
  • 최종수정2019.09.22 15:06:13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가을이 깊어지고 들판의 벼가 누렇게 변해가니 바야흐로 그간의 결실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 교육계에 있다가 퇴임하고 과수원 농사를 짓는 남도의 친구를 만났다. 사과 농사를 짓다가 너무 힘이 들어 금년부터는 위탁 경영을 한다는데 이 교육학박사가 경험한 중에 들을 말이 자못 있다. 사과를 수확하면 크기별로 선별하여 박스에 담는다. 그런데 초짜 농부에게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미세하게 흠 난 것을 버리느냐 아니면 상품에 넣는가 하는 결정이란다. 숙련된 농부야 물론 완벽하리만큼 깔끔한 사과만을 엄선하여 박스에 넣는데 그걸 어려워 한 이 초짜 농부는 상품성 좋은 박스에 약간 아주 약간 흠이 있어 버리기 아까운 놈을 같이 넣었다. 그랬더니 그 약간 상태가 좋지 않은 사과 하나가 멀쩡한 다른 사과까지 쉽게 상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박스 전체를 못 쓰게 만들어 버리더란다. 이걸 보면서 이제껏 교육자로서 한 마리 잃은 양을 구하려 많은 노력을 들였고, 교장으로 훈화 때에도 강조를 한 경험을 반추하게 되어 그 결과로 다른 멀쩡한 학생들에게 미치는 반작용은 없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단다. 인간사회로 유추해 보자. 질 나쁜 사람 또는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노력이 전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할는지· 물론 사람인지라 사과의 예와는 다르겠지만.

사과 수확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 때에 전지를 해 주고 약도 잘 쳐야겠지만 버릴 줄을 알아야 수확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꽃이 피면 그 꽃을 그냥 두었다간 감당을 못 하므로 적당히 꽃을 솎아주어야 한다. 꽃이 진 후 사과가 열리는데 주렁주렁 열린 어린 사과를 그대로 두면 상품성 나쁜 조그마한 사과만 주저리주저리 열리므로 역시 과감하게 솎아내야 한다. 실할 것 같은 사과를 선별하여 잘 클 수 있도록 주변의 자질구레한 놈들을 치워줘야 하는데 그것도 사과의 성장을 살펴 여러 번 솎아주어야 한단다. 결국 좋은 사과를 얻는 과정을 축약하면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련과 욕심이 있으면 버리지 못하므로 과욕을 버리고 잘 덜어낼 수 있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화가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프랑스 초청 작가가 되어 해마다 국외 전시회를 여는 동양화가 김화백의 말이다. 초짜 화가들은 화폭 전체에 욕심을 내다보니 어디가 포인트인지 선명하게 드러내지를 못한다. 특히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한 사람에게 그런 경향이 농후한데 원숙한 화가가 되면서 화폭의 중심도 잡게 되고, 점차 기교가 사라져서 붓의 힘만 남길 수 있다. 결국 백교여졸(百巧如拙-백가지의 기교가 졸렬함만 같지 못하다)의 이치를 깨닫게 되어 그림을 언뜻 보면 유치해 보이나 보면 볼수록 깊이가 숨어 있게 된다는 것이다. 도산서당에 걸려 있는 퇴계 선생의 친필 편액을 보면 나이 60의 원숙한 학문을 지닌 선생답지 않게 얼핏 치기 어린 글씨로 보인다. 그러나 서예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육조묘비명체의 글씨 한자 한자를 한식경 이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대단한 필력이라 한다. 모두 기교를 제거한 심오한 내공이 깃든 때문이리라.

버린다는 것은 내게 그다지 소용되지 않거나 급하게 필요하지 않는 것을 멀리함과 더불어 과거 내게 필요했어도 앞으로 소용될 것들을 예측하여 치우는 일이다. 여기서 기준은 소용(所用)과 예단(豫斷)이다. 단순히 사과 같은 물건 외에 사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시로 둘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다만, 버리는 슬기를 지니지 못하면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며 오히려 부족함만 한탄할 것이고,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면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외롭다고 탄식할 것이다.

우리 인생도 버릴 줄 알아야 얻을 수 있으니 더욱 조심스럽다. 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은 잘 솎아내고 버림이 있어야 가능하다니 다시금 내 주변을 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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