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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금년으로부터 450년 전인 1569년 음력 3월 4일에 69세의 퇴계선생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왕 선조로부터 귀향 허가를 받아냈다. 도산서원에서는 겨레의 참 스승이신 퇴계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이 땅에서 스러져 가는 정신문화를 다시 세우고자 귀향길 재현행사를 개최하였다. 예전 귀향과 똑같은 일정으로 음력 3월 4일부터 17일 즉, 양력으로는 2019년 4월 9일부터 21일까지 장장 11박 12일 간 800리 길을 걷는 여정이다.

선생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장안의 명사들이 분분이 한강변에 나와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선생을 전송했다. 작별의 마당에 시를 빼 놓을 수는 없는 법이라 고봉 기대승 송강 정철 등 기라성같이 운집한 선비들 모두 솜씨를 뽐내어 한 수씩 읊어 드렸다. 이 가운데 으뜸으로 뽑혔으며 선생도 당신의 소회를 잘 읽었다 여긴 작품은 고담(孤潭)의 시(詩)이다.漢江送退溪先生(한강송퇴계선생-한강에서 퇴계 선생을 전송하며)

고담 이순인(李純仁:1543~1592)

한강물 유유히 밤낮없이 흐르는데(江水悠悠日夜流)외로운 돛단배는 길손 위해 머물러 주지를 않누나(孤帆不爲客行留)고향 산 가까울수록 남산은 점차 멀어지는데(家山漸近終南遠)시름 하나 없어지다가 또 다시 생겨나시리(也是無愁還有愁)

16세기의 선비들의 로망이 서당이나 정사를 지어 공부에 침잠하는 것이라. 선생 개인적으로야 초야에서 학문하는 삶이 즐거울 것이나 나라의 부름을 받은 지식인으로서 산적한 현안을 등지고 가신다는 아쉬움이 담겨 있다. 조정에 근무하는 시름 하나가 없어지는 대신에 고향에 가시면 또 다른 시름이 생겨나겠다는 속 깊은 헤아림은 북송 범중엄(范仲淹)의 「악양루기(岳陽樓記)」 중에,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그 백성들을 걱정하였고, 강호의 먼 곳에 머물면 그 임금을 근심하였으니. 이는 나아가서도 걱정이요, 물러나서도 걱정한 것이다."라는 대목에서도 보인다. 선생의 유언격인 자명(自銘)에도 이러한 심정이 드러나 있다. '벼슬길에 나가서는 잘못도 많았고, 물러나서 갈무리는 곧게 하였네' 그러면서도 넘치는 임금의 은혜와 나라 걱정은 멈출 수 없다(進行之跲 退藏之貞 深慙國恩).

귀향 노정을 호젓이 지나셨으므로 이번 재현행사는 15인 한정인원으로 추진했지만 내년에는 일반인도 자유롭게 참가하도록 확대한다니 많은 분들이 함께 걸으면 좋겠다. 우리 충청 지경에서는 당시 충청감사 송당 유홍과 청풍 군수 이지번이 선생을 연도에서 영접한 기록이 있어 충주문화회관과 청풍 관아 그리고 선생이 군수로 봉직했던 단양에서 학술행사로 기념을 했다. 필자는 불가피 걷고자 하는 열망을 내년으로 미루었지만, 화란춘성 만화방창(花爛春盛 萬化方暢) 봄 길에 따스한 햇살은 어깨에 이고, 살랑거리는 미풍은 온 몸에 입고 걸으며 생각하여 자신을 반성하는 것은 선생을 사숙할 좋은 기회가 되리라.

귀향길 행사가 우리들이 자칫 간과하기 쉬운 가치 있는 삶을 살피는 자아 성찰 기회가 되고, 걸음으로써 신체 건강 증진과 더불어 정작 선생의 예던 길을 과정이자 목적으로 자신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다면 보람일 것이다. 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삶의 활력 도모와 더불어 그 숭고한 정신적 가치에 동참하는 기회가 되라는 것이니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 행사를 재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년 행사 안내는 퇴계 16세 종손 이근필 옹이 할아버지의 염원인 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설립한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홈페이지 팝업창에 올라 있다.

평생 겸양 근신하며 배움과 행함을 같이하신(學行一如) 선생의 학덕을 생각하면서 길을 따라 걷는 후학들이 늘어선다면 장차 산티아고 순례 길에 비견되는 '길 위의 길'이 되지 않을까. 그리되면 아름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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