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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10 15:59:04
  • 최종수정2022.04.10 15:59:04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선비 교육이 지난 6일에 전남 보성에 있는 용정중에 잡혔다. 남도 끝이라 한껏 흐드러진 봄꽃을 즐길 수 있을 테니 임도 보고 꽃도 따려는 욕심이 생긴다. 여기에 입까지 즐겁게 하면 일거양득을 넘어 1석 3조의 효과이겠으나 실은 자연에 몸을 맡겨 마음이 헤엄치듯 편안히 했던(間以遊泳) 옛 어른들의 공부 자세를 따르려 함이 우선이다.

첫날의 답사 순서는 보성 쌍봉사를 본 뒤에 쌍계사로 가면서 그 유명한 벚꽃길을 즐기기로 하였다. 쌍봉사 초입 길에도 벚꽃 터널과 바로 아래에 빨간 꽃이 어우러져 보기 좋고 여러 꽃이 지천이라 가히 꽃 대궐이다. 게다가 쌍봉사 경내에는 인기척조차 없어 산사의 고요한 정취를 누릴 기회가 되었으니 뜻하지 않은 선물이다. 인적없는 산사의 그윽함이 더해지니 우리나라 유일의 목탑 형 대웅전의 자태가 더욱 고고하게 다가온다. 대학 때 문화재 도록으로 본 뒤에 무려 40여 년 만에 실물을 대하는 이 감개무량함이여. 석양에 빛을 발하는 철감선사의 부도는 비록 귀 꽃은 유실되었지만 신라 원성왕 대의 조각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석질도 단단하고 부조도 풍화되지 않아 원형에 가깝다. 쌍계사와 벚꽃 터널이 유혹하나 시간 때문에 대신 열화정을 택하여 민속 마을인 강골마을 끝자락에 도달했다. 역시 사람 한 명 없어 정자에 고즈넉이 앉아서 손님을 맞이하고 차담을 나눴을 주인을 상상하고 내려오는데 길가 좁은 도랑에 미나리가 소담하다. 산속이라 무공해에다 워낙 무성하여 몇 줌을 뽑았는데 표시도 안 난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산속에서 또 받았다. 저녁 어스레할 때 대한 다원에 들렀더니 역시 인적이 전혀 없어 50만 평의 넓은 차밭을 오로지 하였다. 망중한까지는 안 가더라도 자연에서 노니는 기회가 정말 큰 선물이요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다. 이럴 때는 시간이 나를 위해 멈춰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혼자만의 생각이려나.

보성 유일의 소형 관광호텔에 들어 물고문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최 위원이 찻자리를 열었다. 갓 나온 찻잎으로 만든 '천상의 이슬'로 시작하여 각종 홍차류와 보이차 등 10여 가지의 차를 음미하려니 입은 황홀하고 코는 향기로운데 시곗바늘은 어느덧 자정을 지났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백련 홍차로 입을 정갈히 하고 자리에 누우니 예전 심복사에서 밤새워 차를 마셨을 때처럼 턱밑까지 차가 꽉 찬 느낌이 떠올라 행복하다. 팽주가 마시고 남은 차를 봉송으로 싸 주어 귀한 선물이 하나 더 생겼다.

이튿날 용정중 1학년 학생들 수업 태도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이다. 고등학교 특수반처럼 또렷하며 한 명 열외 없이 집중하여 경청하고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라 선비 교육에 신이 난다. 점심시간에 대기 학생들 모두 한 권씩 책을 들고 서서 독서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놀랍다. 선비가 당대의 지도자요 엘리트라면 용정중 학생들은 모두 선비의 가능성이 충분하겠다. 방과 후 활동으로 국선도 하는 모습을 봐도 맨 뒤 학생까지 강사의 지도를 열심히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이 학생만 같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보성의 꽃 대궐을 본 선물보다 인향 높고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을 본 것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세 명 지도위원 모두 풍광도 좋고 먹거리도 좋았지만, 용정중 학생들의 수업을 듣는 자세와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감동이 제일 크다고 입을 모은다. 마치 엔딩 사인이 올라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심금 울리는 영화를 관람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남도에서 시작되는 꽃바람이 이제 바야흐로 전국을 휘몰아갈 터이니 바야흐로 화란춘성(花爛春城)이리라. 보성군 시골구석에 있는 이 작은 학교의 공부하는 분위기가 우리나라 전체 학교로 퍼져나간다면 이 또한 만화방창(萬化方暢)이리니 굳이 비행기 타고 핀란드까지 가서 교육을 배워오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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