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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아침에 건강과 글감 정리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낙가산을 걸은지 어언 3년이 되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그간 소득으로 몸무게 3㎏ 그리고 허리 사이즈 2인치 줄어든 외에 변화도 생각하게 된다. 여느 날처럼 걷고 있는데 길옆 나뭇등걸에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비 온 후 물기 어린 내리막길이라 조심하느라 곁눈질도 결코 안 했는데 하필 아주머니들 앞을 지나면서 미끄러졌다. 아뿔싸 넘어지려는 다리에 힘을 주니 한 무릎은 구푸리고 다른 무릎은 땅에 닿을 듯 위태로워 모양새는 마치 옛날 성당에 들고 날 때 장궤 모습이요 武士의 인사 형태가 되었다. 나동그라져 옷도 후지르지 않았고 아낙네 앞에서 망신스러운 지경을 모면하여 다행인데 순간 운동 효과를 절감하였다. 하체 근력을 키우고자 90㎏ 역기를 어깨에 메고 120번 스쾃을 하여 단단해진 다리 근육이 위태로운 순간에 몸의 밸런스를 잡아 준 것이다.

사람은 몸과 정신으로 구성되었다던데 그러면 마음 즉 생각은 어떨까. 성호 이익 선생의 「도산서원 방문기」에 퇴계 선생이 서당 벼름밖에 백록동규, 명당실기, 경재잠 등을 적어 매일 기침하여 외우셨는데 선생 역책 후 오랜 뒤 생각 없는 모 상유사가 좀 슬고 헤진 벽을 새로 도배 했다가 유림 文籍에서 삭제당했다는 내용이 있다. 즉시 선생을 따라 서재에 선비들의 敬 실천 일과인 「숙흥야매잠」과 주자가 동편 방에 게시한 「경재잠」을 걸은 뒤 읽으며 하루를 열기로 하였다.

몸과 더불어 마음을 유지하는 것 역시 생각의 근육이라는 생각이다. 「숙흥야매잠」의 첫 구절도 닭이 울어 잠을 깨면 여러 가지 생각이 점차로 치닫게 되어(鷄鳴而寤 思慮漸馳)라 하였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처럼 이에 따른 생각 역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진행되고 있다. 어릴 적엔 정답이 있는 줄 알다가 사회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옳고 그름이 바뀜도 알게 되면서 정답 없는 세계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결국 내가 바르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한다는 방증이다.

옛 어른들의 공부 순서는 '爲學之序'에 단계별로 명시되어 있다. 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의 5단계로 구분되는데 여기서 3단계가 신실하게 생각함(愼思之)이다. 널리 공부하고 골똘히 질문한 뒤에 잘 생각해야 지식을 지혜로 갈무리 할 수 있다. 이로써 자기의 실질적인 발전과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을 어찌할 것인가. 고전에서 찾는 것이 순서이고 역시 『근사록』에 방법이 있다.
 
 "생각하면 지혜로워지고 지혜로움은 聖人(聖明)을 만든다' 하였으니, 생각을 지극히 함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는 흐린 물이 나오다가 오랜 뒤에는 차츰 맑은 물이 이끌려 나오게 되니, 사람의 思慮도 처음에는 모두 혼란하다가 오래되면 저절로 明快해진다. 思慮하기를 泛泛하게 하고 멀리하여 순서를 따라 점점 나아가지 않으면 마음만 수고롭고 얻음이 없을 것이요, 자신이 아는 것에 나아가 類로써 미루어 나가면 마음의 길이 쉽게 통하여 생각함에 條理가 있을 것이니, 이것을 近思라 이른다. 그래서 자신이 이미 이해한 곳으로부터 미루어 나가면 막히지 않을 것이요, 만일 멀리 가서 찾는다면 자기 몸에 간절하지 않다."
 ―伊川先生
 
'思曰睿요 睿作聖'이라 하여 생각을 해야 지혜로워진다는 말에 눈이 간다. 몸과 생각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지혜 얻기이리니 더욱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겠다. 몸의 근육처럼 볼 수는 없어도 마음의 눈으로 생각의 근육이 불어남을 살필 요량을 가지면 되리라. 헬스장에서는 몸 근육을 불리고, 서재에서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 세상의 소원대로 요양원에 늦게 가고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도 보람이 되겠다.
 그러려면 호기심을 여전히 왕성히 가져야겠고, 생각의 근육을 키우려는 노력을 잊지말아야지. 낡은 생각을 씻어 버려야 참신한 아이디어가 온다(濯去舊見 以來新意)는 朱子의 말을 다시금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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