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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21 15:49:24
  • 최종수정2021.03.21 15:49:24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금년 어머님 연세가 88세(미수)이시다. 서울에서 시골 김 씨 집성촌에 시집와서 52세 남편을 46세 때 놀람 중에 한 됫박 눈물로 보내곤, 남편 따라갈 모진 맘도 자식 때문에 버리고 살아 온지 어언 42년이다. 이번 생신은 어머님 좋아하시는 바닷가에서 1박하며 축하해 드리자는 아내의 제의로 형제들이 뭉쳤다. 여러 해 전 부산 출장 중에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거제 몽돌해수욕장을 가 봤는가 묻는다. 부산 기사가 거제를 안내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어지는 말이 재미있다. 십년 동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인도 이곳이면 넘어오고, 이혼하려던 부부도 손잡고 나온다나. 이렇게 해서 거제도로 결정하였다. 그간 어머님 모시는 여행에는 시간되는 형제들만 모였지만 이번에는 4남매가 모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니 더 뜻깊다. 시골에서 돼지를 키우는 막내 동생은 어린 돼지 8천500마리를 농장 장에게 맡겼고, 사위는 개업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가게 문을 닫았으니 가상타.

온 가족이 길을 나서며 제일 먼저 주모경 합송으로 안전운행과 이번 여행이 즐거운 시간되기를 기도하였다. 차내 방역 수칙 준수와 여행 간 조심은 물론이다. 효심 깊은 둘째가 꽃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구례에 들러 산수유 핀 모습을 보잔다. 노랗게 채색된 산수유 마을을 보고 화엄사도 들렀다가 섬진강변 길을 드라이브하는데 화개장터 건너편에 하얗게 핀 매화 마을을 본 사위가 먼저 설렌다. 흐드러진 꽃그늘 아래를 걷는 사이 매화향이 온 몸을 휘감아 돈다. 연례 섬진강 탐매도 어언 옛날이라 벼르기만 하던 매화 보기를 이렇게 온 가족과 함께 하니 더 좋다. 꽃 사이에서 서로 사진도 찍어 주며 웃는 사이 해가 뉘엿 기운다.

내비를 잘못 살펴 몽돌해수욕장 길을 지나치고 다시 되짚어 오느라 한 쪽은 파란 바다요, 다른 한 쪽은 활짝 핀 동백 가로수와 이따금 노란 수선화 무리가 길을 연함을 여러 번 본다. 야! 바다다, 동백꽃 참 멋지구나 하며 처녀처럼 연실 감탄하며 같은 길 4번 가도 물리는 기색 없이 저리 좋아하시는 어머님으로 길을 헷갈려도 나름 보람 있다. 인근 횟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전국에서 제일 청결한 농장으로 선정되어 상패를 받는 막내가 저녁을 사니 박수로 저녁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어둔 밤길 해변을 운동 삼아 걸어 돌아오는 제수씨들이 이 시간에 식구들과 거제 해변의 파도소리 어우러진 밤바다를 본다고 들뜬 표정이다. 삼형제와 외동 사위가 한 방에 누우니 어렸을 적 이불 하나로 온 식구가 겨울을 나던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난다. 걸레가 꽝꽝 얼어버리는 방에서도 달랑 솜이불 한 채로 우리 가족은 겨울을 났더랬지.

오션 뷰 되는 객실에서 일출을 맞이하고는 조반으로 도다리 쑥국을 먹었다. 쑥향이 올라오고 도다리 살 질척한 국물이 건강식이다. 무엇보다 어머님이 맛있다 하시니 기쁘고, 아들들이 생선뼈를 발라내어 잡숫기 편하게 해 드려 훈훈하다. 간밤에 안 골던 코를 골아 동서들을 괴롭게 한 아내 때문에 아침은 맏아들이 냈다. 오라버니 같은 아주버니로 처하려 하는데 밥값이 문제랴. 두 끼 절약된 식사비를 나누어주고 통영 중앙시장에서 각자 소용되는 해산물을 사도록 하자 제수씨들이 좋아한다.

작년 여행 때는 그래도 잘 걸으셨는데 이제는 걷는 것을 겁내시어 차 안에서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데 무릎에 보호대를 두텁게 대고 오셨구나. 내년에도 부디 건강하신 몸으로 가족 여행에 모시기를 바라며 할머니 좋아하시는 냉면 사 드리라 손주가 보낸 돈으로 저녁 자리가 열리니 기껍다.

여행 후 소감으로 기왕이면 손주 및 증손주들까지 다 함께 버스로 여행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나 죽은 뒤에도 이렇게 우애 있고 화목하게 살라 하시는 어머님! 어머님이 계심에 화목하므로 백수를 축원 드리며 米壽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가족들에게 윤독을 하려 상세히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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