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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두 해 동안의 코로나로 일상이 변해 버렸다. 사적 만남을 자제하려니 혼자서도 즐거울 일을 만들어야겠다. 평소 혼자서도 잘 논다는 말을 듣던 터라 놀거리를 찾는 것쯤이야 여반장이다.

교육이 없으면 조반 후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아내를 반강제로 산에 모셔 가며, 안되면 혼자라도 낙가산 산록에서 2시간가량 걷기 명상을 한다. 걷는 데 집중하노라면 발걸음이 앞으로 나가는지 산길이 내게로 다가오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걷다가 이따금 여기가 어딘가 하여 화들짝 주변을 살피거나 잘못 접어든 바람에 길을 되짚어 온다만 그래도 좋다. 바야흐로 무아지경 또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접어드는 것인가. 점심 후엔 골프 연습장에서 2시간 동안 샷 연습으로 스윙 동작을 몸에 익힌다. 마치고는 곧바로 헬스장으로 이동해 기구 운동을 1시간 반 또는 2시간 하고는 저녁 식사 전에 귀가하므로 하루에 6시간 정도를 운동에 투입하는 셈이다. 다른 것을 더하려 해도 시간이 부족하니 그나마 가끔 잡던 국궁은 천상 70세 이후로 미루고(그때 43파운드의 활을 당길 수 있으려는지 살아 있으려는지도 모르나), 이따금 한나절 동안 무심천 내음새를 맡던 자전거 라이딩도 큰맘 먹어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전에는 곁에 없으면 허전하던 대금도 뒷전이라 숨 넣어줄 시간도 부족하니 미안할 판이다.

이제는 어디를 가기도 누구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거니와 설령 다른 일정을 만들고자 하면 하루에 반드시 해야 하는 세 가지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아깝다. 이렇게 되니 혼자 노는데 더 빠져들게 되는가. 그럼 안 되는데!

김훈 작가는 인간 세상에 없는 것으로 첫째가 정답이요, 둘째가 비밀이고 세 번째가 공짜라 했는데 이 세상에 쉬운 것은 없되, 마음먹으면 못 할 일도 없다지만 정말 인생에 공짜는 없는 것 같다. 산 걷기로 1년여 지나니 이제는 산이 부르는 통에 아침 산행은 하루를 여는 정례 일과로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2시간여에 1만2천 보 걸음으로 100일 정도 지나자 허릿살이 줄기 시작한다. 인체에서 가장 늦게 빠진다는 허리가 연말에는 2인치나 줄어듦을 보면서 걷기의 효과를 느낀다. 헬스도 그렇다.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나자 어깨가 조금씩 벌어지고 활배근도 넓어진다. 50㎏을 당기고 120㎏을 다리로 밀어 올리는 이 기쁨이란. 고작 석 달 열흘 만에 일어난 변화로 60을 넘긴 근육 감소기에 오히려 상의 사이즈가 한 치수 늘었다. 아! 이래서 백일잔치가 생겨났고, 단군 신화에서 곰과 호랑이에게 준 기한이 백일이구나. 백일치성이면 동물도 사람으로 변하는데 하물며 공부쯤이야. 그래서 학생들에게 효과를 보려면 더도 덜도 말고 딱 100일 만 공부를 해 보라 한다. 우리 조상이 백일잔치를 벌이고 백일치성 운운한 것이 공짜에 대한 警句로 의미가 깊다.

공부하려 TV를 치웠다는 친구의 말에 한가한 날이면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던 것이 부끄러워 마침 고장난 TV를 아예 치웠더니 야간에 리모컨 대신 책이 손에 들어왔다. 독서 후 기억에 남는 한 줄은 다음 날 산행하며 반추를 하는데 그 맛이 새롭다. 덕분에 산등성이에 이는 바람은 쇄락하며, 새 소리가 정겹고 길바닥 나뭇잎에 부서지는 빛도 찬연하다. 참 좋다. 요즘 전국의 친구들과 합심해 Zoom으로 '近思錄'을 공부하는데 옛날에 한문 공부를 하던 때처럼 흔연하다. 생각해 보면 주간에 운동할 수 있는 체력에, 야간에 독서에 몰입할 수 있으니 이를 범상히 대할 수 없겠다. 가정이 편안해야 운동도 독서도 가능한 데 주변에 걱정거리가 없으니 아주 고마운 일이다.

'小學'의 '낮에는 경작하고 밤에는 독서를 하며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야 한다(晝耕夜讀 手不釋卷)'에 견주면 농사 대신 운동이므로 '晝練夜讀'이라 이름할 수 있겠다. 은사님께 드린 手不釋卷의 다짐도 지킬 겸 앞으로도 이 자세는 계속 견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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