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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0.23 15:25:43
  • 최종수정2022.10.23 15:25:43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구양수는 당송 8대가 중 한 분이자 『오대사기』와 『신당서』를 저술한 사학자로 북송 시대의 사람이다. 이 가을에 불현듯 대표작 중 하나인 「추성부」가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구양(歐陽)선생과 마찬가지로 오싹한 기분이 들 정도로 가을 소리를 느끼게 되니 놀랍고 참 별일이다. 동자라도 있으면 나가서 소리의 근원을 살펴보라 할 텐데 "별과 달은 밝고 깨끗하며 밝은 은하수가 하늘에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라 답할 동자가 없다. 스스로 뜰에 나가 이제는 싸늘한 가을 정취를 느끼려니 하늘에 달은 밝은데 시린 바람의 성화에 외벽 기둥에 걸린 오로벨 소리만 청아하다. 구양 선생은 가을의 소리를 처량하고 간절하며 울부짖듯 세차게 일어나, 많은 풀이 푸르고 성하게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가 울창하여 즐길 만하다가 풀은 이것이 스치면 색이 변하고 나무는 이것을 만나면 잎이 떨어지니, 시들고 떨어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한 기운이 남긴 매서움이라 했다. 그래서 형조판서를 秋判이라고도 하는데 하늘은 만물에 대하여 봄에는 키워 주고 가을에는 열매 맺게 한다. 周易에서 원형이정으로 사계절을 구분하여 가을은 利에 해당하여 겨울을 대비하며 엄숙히 갈무리하므로 글자에 칼 도자가 들어있는가.

「추성부」 말미에서는 '초목은 감정이 없어 때가 되면 날리어 떨어지지만, 사람은 동물이고 오직 만물의 영장(靈長)이다. 온갖 근심이 그 마음을 느끼게 하고 수많은 일이 그 몸을 수고롭게 하여,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을 동요시킨다. 하물며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바를 생각하고 자신의 지혜가 할 수 없는 바를 근심하는 경우이겠는가. 짙게 붉던 얼굴이 마른 나무처럼 되고, 까맣게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어찌하여 금석의 재질도 아닌데 초목과 더불어 무성함을 다투고자 하는가? 누가 이것에 대해 상하게 하고 해치는 가를 생각해보면 또한 어찌 가을 소리를 한탄하겠는가'라고 지혜로 귀결한다. 생각 없는 동자야 답할 마음도 없이 꾸벅꾸벅 졸고 있지만, 세상 이치를 깨닫는 노인은 가을 소리에도 인생을 느끼며 깊이 탄식한다는 내용이 「추성부」이다.

우리나라의 단원 김홍도 선생이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추성부를 시의도(詩意圖)인 수묵담채 「추성부도」로 그렸다. 창문 안에는 노인이 앉아 있고 동자는 손으로 나무를 가리키며 그 사이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중국식 둥근 창안에 홀로 앉아 있는 노인은 구양수이자 김홍도 본인이겠고, 적막하고 스산한 느낌의 그림에서 단원의 말년에 옹색하고 불우했던 삶의 분위기가 드러난다. 단원이 잘 나갈 때에는 그의 그림을 얻으려 문전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더불어 창고도 풍성했다는데. 만물이 늙어지면 슬프고 상심하게 되는 것처럼 이제는 주위에 사람도 없이 외롭고 쓸쓸한 주변을 탄식하고 있음을 나타내어 볼수록 처연해진다.

게다가 그림 밑에 붙은 작자 미상의 시에 가슴을 아린다.

- 獨自破曉 (독자파효) 홀로 밤을 지새우며 -

月色雲開不在明 (월색운개부재명) 구름은 열렸는데 달빛 밝지 않고

據憑窓際聞秋聲 (거빙창제문추성) 창가에 기대니 가을 소리가 들리네.

愛唱多情感 (청공애창다정감) 귀뚜라미 노랫소리 다정한 느낌인데

夜鳥何其未寢成 (야조하기미침성) 밤새는 어찌하여 잠을 못 이루나.

산록 길에서 한참 벗어난 중턱의 바위에 앉으면 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와 더불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햇볕 내려오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아래 골짜기에는 월동준비로 먹이 찾는 왕 다람쥐가 부산한데 어느덧 햇살조차 무겁게 여기는 나뭇잎들이 서서히 나무를 떠나고 있다. 이번 가을은 「추성부도」에 관련된 단원의 말년 생활을 읽은 탓인지 독자파효의 시구가 가슴을 후렸기 때문인지 늦도록 잠을 못 이루고 가을 달도 더불어 느끼곤 한다. 이상하게 이번 가을은 가슴이 시리다. 입때껏 느끼지 못했던 사추기(思秋期)가 이제사인가.

아니지, 나이가 들어가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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