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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이 시각 바로 오늘"

'쇼팽 녹턴 2번

  • 웹출고시간2025.06.18 17:41:35
  • 최종수정2025.06.18 17:41:35
조용하고 아늑한 밤이다. 라디오에서 쇼팽 녹턴이 편하게 흐른다. 어머니의 품속, 자장가처럼 따뜻한 곡으로 분위기 있게 들린다. 녹턴의 뜻을 담아본다. 라틴어 'Nocturnus' 에서 유래된 용어로 '밤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느린 속도의 부드러운 가락이 특별하게 들리는 곡이다.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낸 피아노곡이 대부분이다. 론도 형식 또는 세도막 형식으로 전개되며, 밤에 어울리는 음악이라 해 야상곡(夜想曲)이라고도 부른다.

녹턴이라는 형식은 18세기 초반에 등장했다. 아일랜드의 작곡가 존 필드가 이 형식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장르가 음악 애호가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녹턴 중에는 쇼팽의 녹턴이 많이 알려져 있다. 프레데릭 쇼팽은 18세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다. 쇼팽 녹턴(Nocturn Op. 9)은 21개의 녹턴 중 1번, 2번, 3번을 통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그 중 2번째 곡은 가장 명성을 얻고 연주되고 있다. A-B-A-B -A-C의 론도 형식으로 흐르며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행복감에 젖는다.

쇼팽 녹턴 2번은 1830년 초에 작곡했으며, 부드러운 선율과 화려한 장식음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느린 속도로 고요함, 슬픔, 그리움 등 꿈 같은 분위기가 흐른다. 독특한 분위기의 멜로디가 매력이 넘친다. 휴대폰에도 이 곡이 분위기 음악으로 내장돼 있어 벨 소리로 사용하던 그 시절 기억이 새롭다.

이 곡은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1 주제와 2 주제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후반부는 갈수록 감정이 약간 격해지며 아름다워진다. 마치 트릴 같은 꾸밈음을 통해 코다가 시작되고 고요한 밤을 떠올리며 마무리한다.

쇼팽 녹턴 (야상곡)이 헝가리 최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리스트와 얽힌 이야기를 펼쳐본다. 리스트는 종종 쇼팽의 야상곡을 자기식으로 연주했다. 쇼팽은 본인이 작곡한 의도와 달리 연주하는 그를 보며 마음이 상했다. 어느 날 리스트가 녹턴을 연주할 때, 쇼팽은 못마땅하다며, 직접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리스트가 마지 못한 표정으로 그에게 피아노를 양보했다.

때마침 나방이 램프로 날아드는 바람에 불이 꺼졌다. 리스트가 부랴부랴 다시 불을 밝히려 했다. 오히려 쇼팽은 손을 내저으며 지금은 달빛만으로도 충분하니, 나머지 램프의 불을 다 꺼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희미한 달빛 아래서 자신의 녹턴 1번, 2번, 3번을 연주했다. 매우 아름다운 연주에 리스트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쇼팽을 진정한 '피아노의 시인'으로 추켜세웠다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앙리 프레데릭 쇼팽(Henri Frederic Chopin)은 1810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다. 4살 때부터 피아노 공부를 시작해 8살 때에는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피아노의 천재성을 나타내었다. 그는 제2의 '모차르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폴란드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러시아에 의해 바르샤바가 함락됐다. 쇼팽의 친구들이 그의 재능이 아까워 폴란드를 위해 떠나라고 했다. 쇼팽이 망명할 때 이야기를 펼쳐본다. 그는 고국의 흙을 와인 잔에 담아 정갈하게 상자 속에 넣어서 떠났다고 한다. 폴란드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쇼팽은 본인의 심장을 고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는 장례식이 끝나고 파리에 있는 페트라재즈 묘지에 묻혔다. 묘지 위에 그가 간직한 폴란드의 흙을 뿌려주었다. 또한, 그의 누나가 알코올에 쇼팽의 심장을 담아 두었다가 폴란드 성당에 안치했다. 이처럼 그는 폴란드 사람들에게 애국자 쇼팽으로 남아있다. 그의 작품 중 에튀드 '혁명'에는 강한 민족주의가 흐른다. 쇼팽의 곡은 단순한 생활 속의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탄생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치면서, 작품 속에 고국인 폴란드의 정서를 표현한 작곡자이다. 작품은 대부분이 피아노곡으로 수많은 왈츠, 발라드, 녹턴(야상곡), 연습곡(에튀드), 소나타 등이 있다. 학원 수강생들은 이 곡들을 배움의 과정으로 익히고 연주한다.

이 세상에는 일곱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법문인 '중일 아함경'을 떠올려 본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연민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남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 남을 칭찬하고 감싸는 사람,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운 사람, 부질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한 길을 가는 사람,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사람이다.

쇼팽은 오로지 한 길만 가며, 마음을 비우고, 39세 나이로 고국을 그리며 많은 작품을 남기고 떠났다. 리스트 또한 남을 칭찬하는 마음으로 쇼팽을 '피아노의 시인'이라 부르며 감탄했다. 필자는 쇼팽의 곡을 듣고 연주할 때마다, 많은 작품을 남긴 두 피아니스트가 풋풋하게 마음속에 남아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을 떠올리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악보를 찾으며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일까.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일까.'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이 시각, 바로 오늘이다. 라고, 스스럽게 답하리라. 오늘, 이 순간, 달보드레한 따뜻한 폴란드의 정서가 흐르는 쇼팽 녹턴 2번을 연주하며 행복을 그려본다.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참고문헌

'클래식이 좋다' 조희창 지음. 미디어 샘.

'음악 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음악사' 세광음악출판사.

'고등학교 음악' 지학사. '고등학교 음악' 이상덕 엮음. 동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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