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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엘리제를 위하여

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웹출고시간2022.10.24 18:02:50
  • 최종수정2022.10.24 18:02:50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충북일보] 저녁 식사 시간이다. 학원 수강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제의 인물은 초등 남학생이다. 온 가족이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의 흐뭇한 일이다. 할아버지 댁에 피아노가 있어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했단다. 누나가 셋이나 있는 귀한 아들이다. 할아버지가 용돈을 주시고, 가족들에게 칭찬의 박수를 받았으리라.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 앞에서 당당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야기를 듣던 남편이 '엘리제를 위하여'는 본인의 유년 시절부터 꼭 배우고 싶던 곡이라며, 가슴에 간직한 꿈을 표현하였다. 원곡은 어렵겠지만, 피아노 교재, 소곡집에 있는 악보로 배우자고 제의하였다. 산수 傘壽를 향해 가는 노년의 얼굴이 밝아진다. 집에 업라이트 피아노는 있지만, 아파트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몇 달 전에 사 온 디지털 피아노가 거실에 자리하고 있다. 남편에게 쉬운 동요라도 두뇌 기능에 도움이 되게 배우자고 권하고 있을 때였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도 디지털 피아노가 해결하겠다는 판단으로 수나로운 마음이다.

금아 피천득의 저서 '수필'에 딸 서영에게 편지로 일러준 말이 있다.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걸어라." 황혼기인 우리 부부에게 의미심장한 말이다. 무엇이든 빨리할 수 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천천히 접하게 된다. 곁님의 피아노 교습도 긴 시간 천천히 배우다 보면 가능하리라. 한평생을 음악 선생으로 살아온 내가 아닌가. 마음이 이제 곁님을 교습하며, 황혼 길을 함께 가자고 스스럽게 꽂힌다.
교습의 첫 과정으로, 곁님이 아까워할 만큼 많은 교습료를 받았다. 그가 큰 금액을 지출하면 무언가 목표를 향한 지름길이 되리라는 예상이다. 교습료는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황혼기의 꿈을 향한 값진 행복의 금액이 되리라. 천천히 배우고, 오랫동안 익혀야 선율의 흐름을 알고 깊은 맛을 느낄 터이다. 많은 연습으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작품이 완성될 때 한층 더 삶의 맛이 담긴다. 사랑도, 인생도, 예술까지도 이처럼 깊은 풍미가 새로운 사유의 근원으로 작용한다고 반추해본다.

씨앗은 심지 않으면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팔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피아노 앞에 앉아 배움의 씨앗을 심는다.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한 작품의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독일의 본에서 태어난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은 4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14살이 되며 궁정예배당의 오르가니스트로서 활약했으며,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만년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중병을 앓으면서도 불후의 제9교향곡(합창)을 완성하여 세상을 감동시켰다. 그의 간단한 소품 '엘리제를 위하여'를 톺아본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가단조 8분의 3박자의 론도 형식이다. 주제가 A이면 A-B-A-C-A로 주제가 돌고 도는 곡이다. 같은 멜로디의 주제가 반복되므로 재미있게 연주된다고 풀이해본다. A 부분의 아기자기한 가락은 연민을 불러내며, B 부분에서 애틋한 느낌의 선율이 빠른 리듬으로 일렁이는 사랑의 찬가로 특별하다. 이 곡은'테레제'라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 의사의 딸'테레제'에게 작품을 바치기 위한 곡이라고 전해진다.

이 악보의 인쇄 작업에서 알아보기 힘든 베토벤 필체를 잘못 읽어 '테레제'가 '엘리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아름다운 소품은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곡으로 작품 번호 없이 사랑 찾는 바가텔로 유명하다. 이 곡은 전화기의 대기 중 신호, 휴대폰 수신 발신, 차량을 후진할 때 나오던 음악으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처럼 주제 멜로디가 편하게 기억되는 으뜸가는 명곡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아름다운 여성에게 바치기 위한 작품이었기에, 애틋한 사랑과 재치가 달보드레하게 피어난다.

누구든지 행복해지고 싶다면, 당장 마음의 밑바닥에 시들어가는 꿈을 꺼내 키워 보길 권한다. 내 곁에 있는 배우자의 도전을 보라. 꿈의 실현을 위해 정진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 곡으로 바흐의 메뉴에트가 사용된 곡, 어 러버스 콘체르토(사랑의 협주곡)를 연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피아노 연주로 시들어가는 황혼의 아픔을 치유한다고 말하련다. 우리 부부는 피아노를 같이 연주하며 황혼 길을 천천히 가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치유의 보약 처방이 있겠는가.

할아버지가 천천히 연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 단체 톡 방에 올려 손주들과 행복을 나눈다.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흐르지만 마음으로 담고 있지 않은가. 음악으로 곁님과 함께 하는 순간이 더없이 기쁘다. 그를 하나뿐인 황혼 피아니스트라고 부르련다. 이 또한, 작은 연주이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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