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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선지식이 음악으로 흐른다

비숍 '즐거운 나의 집'

  • 웹출고시간2023.10.23 15:46:34
  • 최종수정2024.02.12 13:51:34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일요일 한낮이다. 아파트에서 가까운 월명산 산책길을 아다지오로 걷는다. 재넘이 바람이 휘파람을 불어도 봄날처럼 따뜻한 마음이다. 까치 한 마리가 새끼 까치 두 마리와 함께 한가로이 걷고 있다. 나무들이 시나브로 나뭇잎을 떨구며 나목이 되어간다. 여유롭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이 세상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가. 제행무상(諸行無常·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불교용어)을 떠올려본다. 아름다운 단풍잎은 땅 위에 뒹굴며 계절의 질서를 알려준다. 공원에 서 있는 칠엽수 나뭇잎이 멍하니 걷는 길에 뚝, 하고 떨어지며 귀를 모으게 한다.

산책길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극 노인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는 따듯해 보이는 모자를 쓰고 휠체어를 탔다. 딸로 보이는 두 여성이 노인을 데리고 내가 걷고 있는 쪽으로 온다. 큰딸처럼 보이는 사람은 내 나이와 비슷해 보인다. 고희를 넘은 듯 얼굴에 주름 꽃이 피었다. 그를 보며 삶의 시간을 천천히 들이마신다.

월명산 공원은 시청에서 산책로를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았다.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리라. 화장실은 물론 작은 주차장까지 아담하게 설치되어 산책길 주인공을 기다린다. 옆으로 산책길 위까지 걷는 길도 쉽게 오르도록 마련되어 더없이 운동하기 좋은 곳이다. 고희를 넘어 황혼 길을 가는 나에겐 배려 깊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공원이 감사할 뿐이다.

오늘 만난 노인에게 "할머니 참 고우시네요"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노인은 "곱다니까 좋은데요. 내 딸들이 가끔 늙은 어미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 행복하게 해주지요." 하며 딸 자랑을 한다. 할머니의 모습에서 그들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 노인의 밝은 얼굴에서 '즐거운 나의 집' 노래가 그려진다. '즐거운 나의 집'은 영국 작곡가 비숍의 가곡이며 애창곡으로 불리는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 일본에서는 '흙담의 집', 중국에서는 '달콤한 집'으로 번역되어 부른다. 또한 인터폰 벨, 휴대전화 컬러링, 오르골 음악으로도 감미롭게 들린다.

"부모 은덕은 산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깊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부모의 은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는 뜻으로 비유해 본다. 할머니도 두 딸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했으리라는 생각이다. 숱한 고비를 넘기며 이겨낸 자랑스러운 삶이리라. 이곳에 어머니를 데리고 온 두 딸도 더 없는 효녀라고 불러본다. 할머니 가정은 사랑이 듬뿍 흐른다고 이야기하련다. 참 보기 좋은 그림이다.
친정 부모님 생신이면 오 남매가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에 이어 '즐거운 나의 집'을 불렀다. 부모님까지 같이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 중창이 되었다. 오 남매가 모두 결혼하며 가족 중창단 인원이 점점 늘어 갔다. 며느리, 사위, 손주들까지 쉽게 화음을 맞추곤 했다. 아버지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어머님 혼자 있을 때도, 요양원에까지 가서 생신을 축하드리며, 애창곡 '즐거운 나의 집'을 불렀다. 부모님을 그리며 노랫말을 떠올려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

고요한 밤 달빛도/ 창 앞에 흐르면

내 푸른 꿈길도/ 내 잊지 못하리

저 맑은 바람아 /가을이 어디뇨

벌레 우는 곳에 /아기별 눈뜨네

-비숍 '즐거운 나의 집' 후렴 중략.

하나를 하면 둘로 보며, 칭찬해주던 부모님이 옆에 있는 듯하다. 하늘에 간 부모님을 만나는 시간이다.

잔디밭에 놀고 있는 까치 식구들을 본다. 어미 까치가 날고, 새끼 까치들은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날기도 한다. 어미가 자식에게 먹이를 찾고, 깍깍 소리 내며 날아다니는 방법까지 가르치는 모습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인간들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는 모습과 무엇이 다르랴. 작은 공원 산책로에 찾아온 삶의 친구라고 할 터이다. 까치집을 찾아본다. 높은 나무에 보기에도 튼튼한 까치집이 특별하다. 나뭇가지, 철사 등을 물어다가 힘들게 자식과 함께 사는 집을 마련했으리라. 내 부모님도 가족의 보금자리인 집 마련으로 한 평생을 보냈다. 맑고 높은 하늘과 흰 구름으로 어울린 까치집에서 감미로운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날씨가 쌀쌀해지며 아침에 걷던 산책길을 따뜻한 시간에 가끔 들린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하는 주변 공장과 회사의 젊은이들을 본다. 그들과 같이 걷다 보면 공원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마음이 맑고 차분해진다. 이 같은 자연이 없다면 세상이 어떨까 읊조리며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월명공원에서 만난 극 노인과 까치가 삶의 가르침을 준다. 선지식(善知識·스승을 이르는 말)이 음악으로 흐른다.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집 내 집 뿐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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