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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수필 - 꿈을 그리는 무상한 날

로베르트 슈만 '즐거운 농부', '트로이메라이'

  • 웹출고시간2023.09.11 15:33:07
  • 최종수정2023.09.11 15:33:07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슈만의 '즐거운 농부'가 경쾌하게 들린다. FM에서 로베르트 슈만이 작곡한 작은 명곡을 소개하고 있다. '트로이메라이'를 다음 곡으로 들려준단다. 이 두 곡은 오랜 세월 학원에서 수강생을 지도하며 접한 곡이다. 지금도 초등 고학년과 중등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우며 암보로 연주하고 있다.

어느 날 학원으로 피아노와 첼로를 배우는 중학교 여학생이 기분 좋은 모습으로 들어온다. 그의 눈이 웃고 있다. 무슨 좋은 일이냐고 알아본다. 중학교 음악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피아노 곡으로 어떤 곡이든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는 친구?"라며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단다. 그 여학생은 앞으로 나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친구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슈만의 '즐거운 농부'를 완벽하게 연주하여 칭찬을 받았단다. 본인이 좋아하는 곡이라 평소에 연습했다고 한다. 관심 있는 곡이라 잊지 않고 있었나 보다. 이야기를 듣고 엄지 척하며 많은 칭찬을 하였다.

꿈 많은 대학 시절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 이 곡이 피아노 교습과제로 정해져 음악과 L교수님 앞에서 연주해야 했다. 전개 부분에 오른손과 왼손이 교차하며 왼손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남학생들이 힘들어 하기에 가르쳐주던 기억이 특별하다. 또한 피아노 연탄 곡으로 친구와 둘이 한 의자에 앉아 재미있게 치던 모습도 그려진다. 이 곡은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피아노 소품집' 10번째에 수록되어 있다.

'즐거운 농부'는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농부의 즐거운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모든 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곡은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같은 주제의 선율이 여러 번 나오므로 쉽게 배울 수 있다. 따라서 피아노 교재, 바이올린 교재, 첼로 교재에 나오며 학원에서는 학습 과정으로 꼭 거쳐 간다. 미래의 피아니스트, 바이올린이스트, 첼리스트들이 수업으로 연습하는 어설픈 소리까지도 내 감성을 건드리며 귀엽게 들린다.

학원에서 '음악 저널' 음악 전문 월간지를 본다. 로베르트 슈만 하우스가 특집으로 소개되어 있다. 대 광장 지붕
선위로 솟은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높은 철탑이 시선을 끈다. 슈만이 7살 때부터 피아노 공부를 하며 살던 집을 당시 모습으로 재건축 한 것이다. 이곳에는 슈만과 그의 부인 클라라가 사용하던 피아노와 그들의 초상화와 자필 악보가 전시되어 있다며 소개를 한다. 슈만의 초상화를 보니 어디선가 작은 명곡의 선율이 조용히 들려오는 듯하다. 음악 잡지를 통하여 슈만의 집에 들어가 눈 호강을 하였다. 어찌 설명하랴. 온몸이 슈만을 만나며 음악으로 물들여진다.

'트로이메라이'는 슈만의 피아노곡 '어린이의 정경' 13곡 중 7번째 곡이다. F장조 4박자의 곡으로 구성된다. 모데라토(Moderato, 보통 빠르기)로 연주하며 꿈을 그리는 작품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세계를 표제로 붙인 곡이라고 하련다. 여리게 못 갖춘 마디로 시작되며, 작은 명곡이지만 바이올린과 첼로 독주곡으로도 연주된다. 학원에서 발표회 할 때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곡이다. 학원생들은 제목처럼 꿈꾸듯 아름답게 표현한다. 누군가의 꿈을 응원해주는 음악일 테다. 슈만의 작품 중 가장 서정적인 작품이리라.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트로이메라이'를 들으며 어린이의 꿈을 그려본다. 언젠가 학원생들과 꿈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꿈을 들은 적이 있다. 꼬마 천사들은 디자이너, 로버트 제작자, 요리사, BTS 같은 아이돌, 트로트 가수, 웹툰 작가, 팝 피아니스트 등 다양하였다. 엉뚱하게 자장면 배달하는 라이더가 되어 오토바이를 맘껏 타겠다는 귀염둥이도 있었다. 오래 전 내가 학교 교사로 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그 당시는 대통령, 선생님, 경찰관, 박사를 꿈꾸었다. 내가 교육자로서 보던 시각이 엇나간다. 교육계에 70년대 초기부터 음악을 가르치며 4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 않은가.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어린이가 어떤 꿈을 꾸어도 이루어지도록 옆에서 응원하는 것이 성인 세대가 할 일이다.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 수강생도 본다. 그들은 더없이 맑은 표정이다. 피아노 음악은 선율을 연주하거나 감상할 때 뇌가 정화되어 긍정적으로 피어난다고 스스럽게 담아본다. 이보다 더 좋은 치유의 방법이 있을까. 음악은 말하지 않아도, 음악적 경험이 없어도, 지순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오묘한 사랑의 묘약이라고 할 테다.

로베르트 슈만은 도이칠란트 츠비카우 태생이다. 그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 활약하며 음악 평론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부인 클라라 슈만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로서 슈만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슈만은 수없이 작곡하였지만, 특히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곡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아리'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피아노 스승인 바크의 딸 클라라와 열애하던 시절에 작곡된 작품으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표현하였다고 전해진다. 환상의 꿈속에 슈만과 클라라가 함께 사랑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FM에서 들려준 청순한 이 곡은 새근새근 잠이든 꿈꾸는 어린이의 숨결이 들린다. 뒷부분에는 어린이의 장래 희망인 꿈이 독창성 있게 돋보인다고 하련다.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작은 명곡 '즐거운 농부'와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며, 동심을 그린 '어린이의 정경'을 만난다. 곱디고운 파란 하늘이 귀를 열며, 꿈을 그리는 무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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