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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속 보석 벽화- 하이든: 소나타, 시계 교향곡

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웹출고시간2022.09.12 15:03:46
  • 최종수정2022.09.12 15:03:56

편집자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음악'과 '문학'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 악기소리로 만들어지는 음악과 글로 만들어지는 문학은 다른 듯 하면서도 듣고 읽는 이의 마음에 감흥을 줄 수 있다는 데 서 유사점을 가진다. 매달 한 편씩 만나보게 될 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은 음악과 수필이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다. 클래식부터 동요까지 다채로운 음악과 어우러지는 일상의 글들은 독자들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전달해 줄 것이다.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시계 소리를 표현하는 음악이 제법이다. 초등 귀염둥이가 학원 강의실에서 하이든 시계 교향곡 주제를 치고 있다. 수강생들이 시계 소리의 표현이 재미있어 즐기며 배우는 곡이다. 그러나 스타카토로 연주하는 부분이 쉽지 않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강의실에서 연습하는 귀염둥이가 시계 가는 소리를 스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에 꽂힌다. 그 꼬마 수강생을 보며 비어있는 피아노실에서 오랜만에 하이든 소나타를 연습한다. 고희를 넘어서니 손가락의 움직임이 예전과 다르다. 어렵게 느껴지며 악보도 읽어지지 않는다. 그 소나타의 특징은 귀엽게, 깔끔하게 들린다고 표현하련다. 하이든 소나타는 얼핏 보기는 악보가 쉬워 보인다. 그러나 이 곡은 왼손의 독립성을 요구하므로 쉽게 연주하기가 어려운 곡이다.
오래전 일이다. 친구 남편이 대학원에 아동 음악과를 응시하려고 준비한다며,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 수강 신청을 하였다. 그는 친구 남편이면서 나에게는 대학 선배님이셨다. 처음 만났을 때, 선배는 소나타 제시부 주제를 빠르게 연주하였다. 그에게 이 곡은 셋잇단음표와 꾸밈음이 많아 박자가 어려운 곡이라며 설명하였다. 왼손 셋잇단음표를 반주로 오른쪽 가락을 살리며, 스타카트시모 주법까지 가르쳤다. 셈여림은 물론 화음이 들리도록 건반을 팡팡 누르게 하며 작품을 만들어갔다.

초등학교 교장인 선배는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고 어렵다며 하소연하였다. 걱정이 앞섰다. 본인이 어려운 곡을 선정했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상담 끝에 쇼팽 마주르카로 입시 곡을 변경하여 합격의 영광을 드렸다. 나이 많은 분이 피아노곡이 좋다고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었는데, 그는 의지와 지구력이 대단한 분이라고 표현하련다.

살다 보면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티베트에는 '아홉 번 실패하면 아홉 번 다시 시도하라'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그는 입시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시도 끝에 완성하며 대학원에 합격하였다. 그 후 선배는 어디에서 만나든지 내가 스승이라며 예의를 갖추시는 모습이 특별하신 분이었다.

프란츠 요세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은 오스트리아 로라우에서 태어나 77세로 빈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의 대 악성이다. '교향곡과 실내악의 아버지'라는 존칭을 받았으며, 소나타형식의 완성자이다. 104개의 교향곡을 작곡한 그는 자신의 곡에 많은 별명을 붙인 재치 있는 작곡자로 알려져 있다. '101번 시계'는 똑딱똑딱 음형이 시계 소리를 닮아 붙여졌다. '94번 놀람'은 연주회에서 관람하다가 졸고 있는 귀족들의 잠을 깨우기 위해, 갑자기 매우 세게'포르티시모'를 넣어 별명을 지었다.

음악 교육자로 불리던 그는 천재 악성 모차르트와 베토벤에게도 가르침을 주었다. 베토벤에게 작곡의 기본인 대위법을 지도하며 베토벤을 '건방진 무굴대왕'이라고 표현하였다. 베토벤은 "그에게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라며 심통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가 사망하기 전 음악회에 나온 스승께 무릎 꿇고 손에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그가 죽음이 가까워져 오자 음악을 같이한 모든 이를 병실로 부르고 자작의 오스트리아 국가를 피아노로 연주하였다. 그는 연주 후 하늘나라로 갔다.

그의 유언에 따라 침실을 개방하였다. "나는 빈곤한 사람이다. 벽에 걸어둘 그림 같은 것은 살 형편이 못 된다. 나의 수제(手製)의 장식품인 악보로 벽화를 대신하련다."라고 생전에 친구들에게 말했단다. 침실에는 지금도 자작한 명곡들의 초고가 벽에 도배되어 있다. 이 벽 장식은 세계의 진보(珍寶)가 되었다고 한다. 이 침실이야말로 음악인들의 순례지가 되어야 할 터이다. 아무리 빼어난 재주를 갖고 세상에 태어났어도 삶의 진리를 깨닫기는 쉽지 않다. 그는 자신의 곡을 벽화로 만들면서 삶의 진리를 스스로 깨우쳤다고 감히 읊조린다. 또한, 여백의 공간을 즐기면서 행복하였으리라.

학원 안에서 수강생들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로 예술마당을 열고 있다. 귀염둥이가 시계 교향곡을 연습하고 있는 강의실로 다시 들어간다. 더없이 하이든이 특별한 순간이다. 음악가 사진과 피아노실 벽을 눈 문안 하며, 꼬마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본다. 피아노 강의실에 변화를 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수강생들이 감성으로, 품격 있는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다. 하이든의 침실 속 보석 벽화처럼 벽을 이채롭게 악보로 장식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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