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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지난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로 지자체의 수장들이 많이 바뀌었다. 이렇게 기관장이 바뀐 뒤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 생색내기이겠다. 생색이란 얼굴빛을 드러낸다는 속뜻을 가지고 있음에도 '별것도 아닌 일에 생색을 내다'라는 용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새로이 당선된 사람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해야 하고, 캠프에서 활약한 사람에게 논공행상도 하려니 우선 인사권을 발휘하고 전임자의 공과를 살피기 이전에 먼저 바꾸려 마음을 먹는다. 후일 평가에서 개선이나 개악으로 보일지라도 우선 바꾸면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낙선한 사람은 그동안의 功過에 대한 자성을 겸하여 응당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 기류 탓을 하거나, 심지어 당선자에 대한 겸손한 배려보다는 자칫 걸림돌이 될 언행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당선자는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낙선자는 벌어진 과오를 덮고자 모두 생색을 내는데 선거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캠프에 전면 나선 사람도 있고, 은인자중하면서 암약한 사람도 있는데 당선자에게는 모두가 최고의 수훈자로 둔갑하니 돌아보면 애쓰지 않은 사람이 없다. 살펴보면 이와 비슷한 일이 학교에서도 나타난다. 고3 수능이 끝나면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과 무늬만 고3으로 공부에 태만하던 학생들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남은 대입을 위하여 수능 시험 이전이나 이후에도 태도의 변화가 없는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능을 위해 공부를 아주 많이 한 것처럼 행세한단 말이다. 아마 이전의 미비했던 공부에 대한 보상 차원이겠으나 주변의 상술도 작용하여 단순히 경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험표가 상행위에서 크게 작용한다. 수능 치른 학생들의 수험표처럼 당선자 선거캠프에서 발급한 위촉장도 비슷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거 없이 교체된 기관장일지라도 생색내기는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전임자가 잘한 것이라도 아주 쉽게 없애거나 바꿔버리는데 이 와중에 이어져야 할 좋은 프로그램이나 방안도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왕왕 있다. 필자가 교육과정 담당 장학사 때 음성군 D 중학교가 전문직 출신인 교장 선생님의 지도와 담당 교사의 열의로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답게 전국 수준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냈다. 연구학교 발표회에서 교육부의 많은 칭찬과 함께 타 시도 참관자들의 부러움을 샀건만 후임 교장이 오자 단칼에 교육과정을 원위치해 버렸다. 계획 과정에서 학교 담당자와 논의도 많이 했고 다른 시도의 사례와 연구 결과를 참고한 역작이건만 '이런 거 뭐 하려 하느냐?'는 교장의 생각을 이겨 낼 수가 없었다. 교육과정을 모르면 유지라도 하든지 완전히 폐지하고 이전으로 회귀해 버리니 수년간 들인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낭패만 초래하였다. 공립학교가 이럴진대 각종 선거로 지방 단체의 수장이 바뀌면 변화의 강도는 훨씬 더 크고 깊게 나타날 것이다.

진정 발전을 위한 마음은 무엇인가. 피아를 막론하고 훗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세인들의 존경받는 사람으로 자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함부로 사용하였기 때문인지 물러난 뒤에 지역민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주변에 피해 운운하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자리에 있을 때 삼가고 삼가 야인이 되어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자리한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당선에 직간접 도움을 준 사람들도 대가를 요구하여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야겠고,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대서 업무 추진에 방해가 되는 것보다야 그저 묵묵한 후원자로 자리하면 보기 좋겠다.

논어에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그 뜻을 관찰하고, 돌아가시고 안 계신 경우에는 그 행동을 살피는 것이니, 3년 동안 아버지가 하시던 방법에서 바뀌는 것이 없어야 가히 효라 할 수 있다. (子曰 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不之道 可爲孝矣 -논어 학이편)는 말이 요즈음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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