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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참 신기하다. 여유가 있을 때는 신호등도 파란 불로 연동되는데 촉박할 때는 아무리 피하려 노력해도 신호등마다 있는 대로 다 걸린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그리 여긴다고 생각을 하려 해도 이상하다. 이럴 땐 교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신호등이 오히려 걸림돌이요 장애물일 뿐이다. 세상을 편리하게 하려다 장애로 여기는 것이 어디 신호등뿐일까 마는 교차로에서 파란 불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상념이 치솟는다.

신호등은 여러 방향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물 흐르듯 원활하게 통과시키려 마련된 구조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행선지로 가는 도중에 가급적 신호등 적은 길을 택하여 가는 것을 보면 신호등이 오히려 교통 정체의 주요인이라는 방증이다. 주민들의 편의상 횡단보도를 설치하다보니 몇 십 미터 상관에 신호등이 즐비한 도로가 부지기수라 가히 신호등 천국이 된 때문이다. 신호등의 종류와 만드는 방식 및 설치기준(제 7조제1항 관련)에 의거하여 시간당 양방향 합계 600대 이상 등 여러 조건에 부합하면 신호등을 설치한다. 신호등의 설치비와 유지비를 전국적으로 생각하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닐 텐데 설치 관련으로는 좀 더 엄격히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앞 차의 유리에 붙인 글이 '성격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란다. 까칠한 아이랑 운전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나 아이를 까칠하게 양육한 사람은 그 부모일 텐데 저리 성깔을 자랑하니 우습다. 그러고 보니 옆줄의 차는 '만약 위급할 경우 아이를 먼저 꺼내 달라'는 안내다. 아무리 자동차가 위험하다손 아이까지 태우고 있으면서 위험을 불러올 정도로 과격한 운전자인가. 앞 운전자가 잔 브레이크만 자주 밟아도 신경 쓰이던데 저리 위험하게 운전하는 차 뒤를 마음 편히 따라 갈 수는 없겠다. 그런데 제일 보기 싫은 것은 차창 밖으로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이 삐죽 나온 모습이다. 자기 혼자 즐기려 공기오염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필경 꽁초를 차도로 던져버릴 테니 사회 공익도 무시하는 지독히 몰염치한 손이다. 다행히 보기 좋은 모습도 보인다. 건너편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맨 앞 차가 나가지를 않는다. 살펴보니 거동 불편한 어르신이 30여초의 짧은 시간에 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자 신호등이 빨란 불로 바뀌었음에도 경고등을 켜서 안전히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따스한 분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거겠지.

몇 년 전 서울시에서 신호등 줄이기를 시도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최근 하동군에서는 회전교차로를 설치하여 신호등 없는 도시를 기획한다니 고무적이다. 또 휴대폰족의 안전상 신호등을 바닥에 설치한 곳도 있다고 한다. 차제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눈에 보이는 실적에 치중하여 공원이나 산책로 설비에 공을 들이기보다 장기적으로 지방 문화 건설에 도움이 되는 것들에 눈을 돌리는 단초가 되면 좋겠다. 신호등으로 말미암아 걷는 사람은 신호 때문에 오히려 걸음이 바빠지고 운전자는 신호 있을 때 통과하려 가속 페달을 더 밟거나 급브레이크를 밟는 등 운전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노랑불로 바뀌기 전에 통과하는 모양은 미식축구 선수가 적진을 통과하려는 듯 필사적이고, 어렷을 적 마당에서 땅 따먹기 놀이를 했던 것처럼 집요하다. 공중에 걸린 시간 뺏기로 운전자를 자못 숨 가쁘게 만드는 것이 저 신호등이다.

사람들의 편의 우선과 교통에 대한 생각이 변화되어 신호등을 과감히 줄여나갈 방안을 지자체가 솔선 강구하면 좋겠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방법이 있으므로 교통 효율은 통계를 살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40여초 기다린 끝에 파란 불이 들어와서 드디어 출발이다. 신호등을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바뀔 거라는 확신 때문이라나. 아무튼 이제는 오롯이 내 시간이라 운전에 집중하고 다른 상념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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